“행정편의 등 이유로 시공품질・국민안전 외면해선 안돼”

대전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공사’ 통합발주 추진
경기도 평택시도 평화예술의전당 건립공사 통합발주 고수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공사도 통합발주 적극 검토
서울시·환경공단 등 기술제안 입찰이지만 분리발주 준수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분리발주를 철저히 준수하려는 것과 달리 경기도와 대전시, 충청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직도 법적 의무인 분리발주를 외면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턴키, 기술제안 등 통합발주를 선호하고 있어 중소 전기공사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지자체로는 경기도 평택시와 대전시, 충청남도 등이 거론된다.

평택시(시장 정장선)는 전기공사를 분리발주하도록 법으로 명문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평화예술의전당 건립공사를 통합발주 방식인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발주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기공사협회 경기도회(회장 박성순)에 따르면 평택시는 고덕면 율포리 160-2 일원에 연면적 2만5132㎡(지하 1층~지상 4층), 1019억원 규모의 평화예술의전당 건립공사를 올해 상반기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발주할 예정이다.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이란 시가 기본설계를 한 뒤 낙찰자를 선정하고, 낙찰자가 실시설계를 한 뒤 나머지 공정을 시공하는 방식이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입찰하는 통합발주다.

전기공사협회는 지난 6월부터 평택시에 지속적으로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건의해 왔다. 하지만 평택시는 평화예술의전당은 상징성, 기념성, 예술성 및 건축난이도가 높아 분리발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대전시(시장 허태정)가 추진하고 있는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공사’도 해당 공사의 전기 부문 발주가 턴키, 기술제안 등의 통합발주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턴키, 기술제안 등의 기술형입찰은 건설, 전기, 통신 등 여러 공종을 통합 발주하는 방식이어서 일부 대형건설사만 수주를 독점하게 되고, 중소 전기공사기업들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공사는 대전 중구 부사동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한 뒤 2024년까지 2만2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건물 면적 5만2100㎡, 주차장 1863면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총사업비는 1500억여원이 된다.

이에 전기공사협회 중앙회와 대전시회(회장 김양은)는 지난 1월 24일 대전시에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지만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 역시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설공사 입찰에서 법적 의무인 전기공사 분리발주가 아닌 기술제안입찰을 통한 통합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 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현재 조성 중인 천안·아산 KTX 역세권 연구개발(R&D) 집적지구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5만1900㎡) 규모로 건설되는 단일 건물로는 충남도가 투입하는 가장 큰 건물이다. 총사업비도 1603억원에 달한다.

전기공사협회는 지난해 7월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설공사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부터 꾸준히 충남도청에 공문 발송 및 담당부서와 업무협의를 통해 분리발주를 건의했다. 그러나, 도청 내 조직인 미래성장과와 건설공사를 담당하는 충남종합건설사업소는 대형공사라는 이유로 기술제안 입찰로 방향을 결정, 지난해 12월 1단계 설계공모도 이를 토대로 실시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왜 분리발주를 외면하나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전기공사업법 제11조에 따라 전기공사를 건설, 통신공사 등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해 발주하는 방식으로 전기공사업 등록업체가 입찰에 참가해 발주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1976년부터 입법 취지에 따라 전기공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부실시공 방지 및 시공품질 향상을 도모하며,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전기공사의 분리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공사의 성질상 분리해 발주할 수 없는 경우,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공사로서 기술관리상 분리해 발주할 수 없는 경우, 국가 안보 등과 관련한 공사 등은 예외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 건설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행정적으로 편리하고, 대형건설사에게 맡기는 게 하자가 발생해도 뒤탈이 없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턴키 또는 기술제안을 통한 통합발주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술제안형 입찰의 경우 분리발주 예외사항에 해당해 통합발주를 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업은 적기 건설이 중요하고 윗분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실무자 입장에서는 분리발주보다는 행정적으로 편리하고 책임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술제안 입찰을 통한 통합발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주방식은 실무자가 자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건설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며 “기술제안형 입찰도 분리발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분리발주를 하려면 절차가 복잡해 솔직히 통합발주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제안형 입찰도 전기공사 분리발주가 원칙

지자체 건설심의위원회 위원들은 거의 대부분 건설, 건축 관련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보니 지자체장이나 실무자가 의지를 갖고 분리발주를 추진하지 않는 한 통합발주를 전제로 한 기술제안입찰로 발주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평택시도 “전기공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잔향 시간과 차음량 등 음환경을 고려한 전문적인 설계가 필요해 분리발주가 불가능하다”며 “지난해 10월 경기도 건설심의위원회 결의 후에는 해당 결의로 인해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제안입찰은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지만,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전기공사업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기술제안입찰은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외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2019년 1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도 “전기공사업법에서 전기공사의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둔 목적은 소규모 전기공사 전문업체의 입찰 참가 기회를 높여 중소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건설공사 발주시 전기공사를 분리해 입찰 또는 계약을 체결하라지 취지”라며 입찰 단계에서 기술형입찰을 선택한 것은 공사의 성질상 분리발주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발주 담당직원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인천시 등 지자체는 물론, 한국환경공단과 전북개발공사,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은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기술제안입찰 방식이지만 전기공사 분리발주로 입찰 공고를 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경우 충북 오창에 시험센터를 건설하기위해 기술제안입찰을 통한 통합발주로 전기·통신 공사를 발주했다가 재공고를 통해 분리발주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기술형입찰 통합발주의 문제점...시공품질 저하와 국민안전 위협

턴키, 기술제안 등의 기술형입찰은 건설, 전기, 통신 등 여러 공종을 통합 발주하는 방식이어서 일부 대형건설사만 수주를 독점하게 되고, 중소 전기공사기업들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괄 수주한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등을 직접 시공하지 않고 전문시설 공사업체에 하도급으로 시행한다는 점이다. 적정 가격으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다 보니 시공 품질이 저하되고 국민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는 하도급 시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제외함에 따라 전기공사업체는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적정공사비 부족으로 결국 시공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이는 발주자의 유지관리비자가 증가해 대국민 안전 위협과 혈세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주기관은 공기단축을 목적으로 입찰방법을 기술형입찰로 선택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술형입찰 발주시 수차례 유찰로 인해 사업이 잠정 중단되거나 수개월의 공사지연 사례가 발생해 행정낭비와 입찰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있기도 하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분리발주는 시공품질 향상과 국민안전에 도움이 되는 법적 의무일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들의 공사참여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지자체장들과 공무원들은 더 이상 행정편의를 위해서 분리발주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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