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클라우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및 기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이다. ‘전력시스템’을 클라우드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첫째, 발전기를 개별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전력시스템(망)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둘째,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 등 어떤 전원이든, 어떤 고객(산업)이든 연결될 수도 뺄 수도 있다. 셋째, 전력시스템(망)에 연결된 발전기 중 어느 하나가 탈락되더라도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백업이 이뤄진다. 넷째, 전력시스템은 서비스 기반시설이며 백업시설이다. 어떤가? 클라우드와 전력시스템이 거의 일치하지 않는가? IT클라우드 이전에 이미 전력분야는 클라우드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1차, 2차 산업혁명까지의 혁신은 에너지 혁신이었다. 인류가 원시시대에 불을 발견하고 이 불은 개별 가옥 단위로 이용하고 관리했었다. 다음으로 바람(풍차)과 물(수차)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하던 시대 역시 개별 지역 단위로 이용하고 관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과 같이 인공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을 시작하면서도 초기에는 개별 시스템이었다. 1882년에 GE(Edison General Electric)가 뉴욕 시에 세계 최초의 중앙발전소를 건설하였지만 직류의 한계로 인해 인접 지역에만 공급이 가능했었다. 이후 1893년에 테슬라의 웨스팅하우스가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의 사업권을 수주하므로써 교류가 전류전쟁에서 승리하게 됐다. 교류는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므로 에너지원인 물이나 석탄이 없는 지역에서도 전력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됨으로써 전력시스템은 개별 분산형에서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형(클라우드?)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이젠 국가간 인터클라우드의 시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혁신의 주역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분야의 지체 현상은 심각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격시스템’과 ‘계통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가격시스템’은 원가가 반영되지 못하고 도매와 소매가격이 연계되지 않아서 ‘가치’가 제대로 거래되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점이다. 최근 정부가 연료비연동제를 재도입한 것은 이제 겨우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디딘 수준이라 하겠다. 다음 원인은 ‘계통시스템’이다. 지역 간 수급 불일치로 인한 제약 상황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거기다가 태양광과 풍력 등 소규모의 분산형 전원(공급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접속’될 뿐만 아니라 VPP(Virtual Power Plant)등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프로슈머 등)들이 '접속'되고 있다. '’접속’ 즉 연결 포인트와 용량의 급증은 계통시스템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슈들을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전력클라우드의 핵심인 ‘계통시스템(망)’ 관련 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과제는 기본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일방적인 one-way에서 bi-way 개념으로 진화한 지능적인 마이크로 망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무한정 설비 확충만이 대안일까? 이는 자칫 잘못하면 향후 좀비(zombie)설비들이 될 우려도 있다. Connect & managing 즉 ‘선 접속’토록하고 송전량 조절 등은 계약 등에 의한 방법으로 managing하는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주파수 안정 등 계통안정성 이슈다. 분산전원의 간헐성 특성으로 주파수 안정 등이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처럼 광역 계통 단위의 안정화(최적화) 뿐만 아니라 변전소 또는 극단적으로 변전소의 배전용변압기 단위의 부분최적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이 역할을 전통적인 계통사업자가 담당할 것인지? 아니면 계통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간에 다양한 기술과 계약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번째 과제는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다. 어떤 비즈니스가 일어날 수 있을까? 전류전쟁에서 교류의 승리이후, 대용량 모터, 대형 가전 등이 발명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무선통신기술이 발전돼 오늘의 인터넷 세상을 만든 것처럼 새로운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서의 디지털전환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이다. 이 데이터는 ‘자원’이다.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만 하더라도 전력시스템 혁신(시간과 공간혁명)의 중요 매개체가 될 것이다.

ESG(Envir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지금, 에너지 문제는 이의 핵심이다. 이제 우리 주변의 여러 제약적 여건 탓만 하지 말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보자.

전력시스템의 기본 기능인 SO(System Operation)에 추가해 다양한 분산형 자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의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MO(Market Operation)기능까지 이 위에 얹어보면 어떨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앨런 케이(미국 컴퓨터과학자)의 음성이 크게 들려온다.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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