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뿐만 아니라 원료까지 무탄소로 전환 난제
철강 등 업종별 그린위 출범…산업부와 공조
리스크 아닌 기회로 삼아, 정부 전폭 지원 필요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공법 등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나섰다.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공법 등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나섰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철강, 정유, 석유화학 업계가 해당 산업이 탄생한 이래 탄소중립이라는 최고 난도의 도전에 직면했다. 철강산업은 철기시대 이래로 지금까지 탄소(석탄)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해 왔으나 앞으로는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등을 사용해야 하고 정유와 석유화학 역시 연료와 원료를 모두 탄소 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세를 이르면 2023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어서 해당 산업은 탄소 배출이 없는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그린철강위원회를 시작으로 오는 9일 석유화학 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앞으로 정유,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업종도 관련 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업종별 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업별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데 목표를 두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소통을 통해 R&D,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확보 등을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국가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가운데 산업분야의 탄소중립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탄소중립산업전환 추진위원회’가 진행한다. 업종별 위원회는 추진위와 업계 사이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당초 산업계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을 때만해도 다소 회의적 반응이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탄소중립은 산업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 예정에 이어 미국 바이든 정부까지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게 되면 사실상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부응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공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연합, 미국, 중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의 철강, 석유, 배터리, 자동차 업종에서 지불하는 세금만 연간 약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정유, 석유화학은 타 업종과 달리 연료뿐만 아니라 원료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이 더욱 중대한 도전과제이다.

철강산업은 철기시대 이래로 지금까지 뜨거운 고로에서 철광석과 석탄 종류인 코크스를 환원제로 섞어 쇳물을 녹여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약 15%의 CO₂ 저감효과가 있다.

정유산업은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 증가로 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석유제품 대신 화학 원료 생산을 늘리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전략을 구사하고 2030년까지 바이오경유 혼합비중도 5%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머지 탄소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개발을 통해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COTC 전략은 지금도 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지만 CCUS는 이제 막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며 “R&D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미래에도 수요가 계속 증가해 시황 자체는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유와 마찬가지로 원료와 연료를 모두 무탄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을 높이고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물성이 비슷한 바이오 원료나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기술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은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핀란드 네스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하반기에 바이오디젤을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 합성수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정우 철강협회 회장(포스코 회장)은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에서 “지금까지 공급과잉, 중국산 수입 증가, 환경 및 안전 이슈 등 여러 도전과제가 있었지만 2050 탄소중립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탄소중립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삼아 그린철강을 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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