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철저히 준수해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이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곧 공포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사업주들의 느끼는 부담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인 듯하다.

사업장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에 더해 손해액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양벌규정으로 인해 사업주와 별도로 법인은 최대 5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업장 내 소속 근로자의 중대 재해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제조한 제조물이나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이 중대 재해를 당할 경우에도 동일한 수준의 형사처벌과 민사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즉,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과 같은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도 사업주가 중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전기공사업체의 경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에는 사업장내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처벌(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손해배상 책임은 민법에 따랐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한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 대비해 ‘근재보험’에 가입해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시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책임을 대폭 강화해 인명피해를 줄이자는 것이 그 입법취지다. 그러나 사업장 내의 중대재해인 중대산업재해의 대부분은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나 과실로 빚어지는 경우가 더 많으며, 사업장 밖의 ‘사회적 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는 제조사나 건설사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인허가 기관 및 관리감독 기관의 책임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 묻겠다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업주의 법적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중대 재해가 얼마나 줄어들지도 미지수다. 영국의 경우 2007년 ‘법인과실치사법’ 제정으로 높은 수준의 벌금을 부과받은 28개 중소기업 중 57%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했지만 법 도입에 따른 사망자 감소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빅토리아 로퍼 교수(영국 노섬브리아대)의 지적이다.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조치 위반보다 근로자의 한순간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24시간 내내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로자의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해 분노하거나 외면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켤코 아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 법이 ‘악법’이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법은 법이기에 국민은 법 준수의무가 있다. 현재의 상황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첫째,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으므로 법에서 규정된 4가지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조치하고 관리해야만 할 것이다.아무리 철저히 관리를 하더라도 백퍼센트 방어는 되지 않겠지만 최소한 중대재해의 가능성을 줄이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수위를 낮출 수는 있을 것이라도 본다.

둘째, 중대재해발생시 징벌적손해배상에 대비하여 보험설계를 다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근재보험(한도 3억)은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충분한 담보장치가 될 수 없기에 그 한도를 최대 3배까지 증액해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험료는 대폭 인상되겠지만 불의의 재해로 인한 기업파산의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기업하는 사람들의 사업 의욕이 완전히 꺾여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확대에 치중한 노동법개정이 이어지면서 사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사업주들의 불만과 피로감은 극도로 쌓여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기업하는 사람들의 느끼는 무력감과 상실감은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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