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 V2G(Vehicle to Grid)를 연구하는 기업에 방문한 적이 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를 이동형 ESS로 생각하고 양방향 충·방전기술을 통해 전력망의 전기를 전기차에 충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한여름과 한파가 몰아치면 전력피크를 걱정해야 하는 때였기 때문에 전기차를 활용해 계통을 안정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졌고 어서 빨리 그 기술이 상용화되길 바랐다.

2년이 지났다. V2G 사업은 연구 과제 수준으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기업 계열사가 양방형 충전기를 개발했지만 상용화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한전이 큰 관심을 가지고 바라봤던 순간이 지나니 다시 시들해졌다. 다른 여느 신산업처럼 말이다.

그러는 와중 지난해 제주도에서 전기차와 연계된 신산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 V2G를 알려주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그 강소기업은 전기차와 국민DR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를 활용한 신산업이 실제 상용화될 수는 있는 걸까 의심했었는데 착각이었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와 함께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물론 이번 신산업이 온전한 V2G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에너지공사와 서울대 등이 V2G 연구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며 중기부도 결은 다르지만 전기차 충전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또 전력거래소에서 풍력발전기의 출력제한을 막기 위해 플러스DR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면 전기차와도 연계가 가능하다.

대기업 계열사는 V2H(Home), V2B (Buil ding) 연구를 추진 중이며 다음 달 출시될 아이오닉5에 V2L(Load)를 탑재했다.

물론 이 모든 연구가 서로 어떻게 활용될지, 어떻게 연계될지, 어떻게 시작될지, 또 어떻게 실패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걱정 없다. 우리에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우직하게 전진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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