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버티던 세상, 서로를 만나 ‘어른’이 돼가는 ‘어른이’ 이야기

▲일찍 어른이 돼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 ‘아이’ 포스터.
▲일찍 어른이 돼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 ‘아이’ 포스터.

‘동구 밖’, ‘기형아’ 등 세상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그려온 김현탁 감독. 그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 ‘아이’가 오는 2월 10일 극장가를 찾는다. ‘아이’는 홀로 버티던 세상, 서로를 만나 어른이 돼가는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를 다룬다.

재개발 동네에서 갈 곳을 잃은 19세 가출청소년(동구)을 조명한 ‘동구 밖’으로 제35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한국경쟁)을 수상한 김현탁 감독은 ‘아이’에 대해 “상처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혼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고, 불완전하지만 함께 세상으로 걸어가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상처로 가득한 세상, 함께 걸어가다= ‘아이’는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혼자라고 생각하며 위태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아영’과 ‘영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 곁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인물들이 있다. 보호종료아동이 된 아영은 어른이 돼서도 보육원 친구와 함께 산다. 외모를 꾸미기에 바쁘고 집안일에는 관심도 없지만 늘 현실만 직시하는 ‘아영’의 각박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친구다.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늦은 밤 좁은 집에서 술을 먹고 게임을 한다거나 어디선가 위험한 일에 휘말려 상처를 입고 온다거나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철이 없는 친구들이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인 채로 머물러 있는 친구들의 옆자리는 아영이 아이로 남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쉼터이기도 하다. 베이비시터로 만난 아이는 아영이 몸과 가슴으로 직접 배운 것들을 직접 가르쳐보고 말을 걸 수 있는 존재다.

아영보다 더 혹독한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영채에게는 6개월 된 아들 ‘혁’이 있다. 지금 힘겨운 삶의 원인이면서 그 삶을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하나하나가 영채에게는 삶의 무게를 상기시켜주지만, 동시에 살아야 할 이유라는 치유가 된다. 또 영채를 가족처럼 아끼는 사장님 ‘미자’는 영채가 온전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그녀를 지탱해준다.

◆준비도 안 된 채 어른이 돼버리다= ‘아이’는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채로 어른이 돼버린 인물들을 다룬다. 극 중 아영은 보육원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지만 이제 어른이 됐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이런 탓에 녹록치 않은 힘겨움을 불평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세상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했고, 살아가는 방법을 몰라 실수하기도 한다. 진짜 아이와는 달리 부적응과 실수에 대한 책임은 어른이 돼버린 아영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영채는 가족이라는 사회적인 울타리 안에서 엄마라는 위치에 있는 어른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홀로 아이까지 키워야 하는 삶은 겉으로 어른인 척하는 영채가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이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됐고, 엄마가 돼버린 영채는 스스로의 삶은 물론 아이의 삶까지 책임져야 하는 진짜 어른들의 세상에서 방황하지만, 아영을 통해 어른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평범함의 소중함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아이’는 두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미숙한 어른으로서 관객들 앞에 서지만, 부족한 어른들의 이야기로 비롯되는 답답하고 절망적인 시선보다는 ‘두 명의 아이가 만나 어른이 될 수 있는 위로’를 세상에 알린다. 이에 홀로서기가 불가능했던 두 명의 아이가 서로에게 기대며 상처가 가득한 세상에서 비로소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오늘날 일찍 어른이 돼버린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일어나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따뜻한 격려를 전할 예정이다.

▲‘아이’ 온라인 제작보고회(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 온라인 제작보고회(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대세 배우들의 연기 케미···기대감↑= ‘아이’에서 아동학과 졸업반 ‘아영’ 역은 ‘신과함께’ 시리즈, ‘증인’, ‘우아한 거짓말’ 등에서 러블리한 매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향기가 맡았다. 초보 엄마 ‘영채’ 역은 ‘기도하는 남자’ 등에서 강렬한 개성을 선보인 배우 류현경이 맡았다. 억세고 강한 모습과 달리 따뜻한 마음으로 몰래 영채를 배려해주는 사장님 ‘미자’ 역은 최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 염혜란이 맡았다.

김현탁 감독은 이들의 연기에 대해 “세 배우의 순간 집중력은 한 순간에 현장을 모두 장악한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뽑으라 한다면 배우들이 연기할 때, 카메라에 빨간 불(REC)이 들어왔던 모든 순간이다”고 전해 ‘아이’의 개봉을 기다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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