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2021년은 코로나19와 기후 위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의 그린 딜, 미국의 그린뉴딜, 중국의 2060 탄소중립과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등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며 기후위기와 경제 회복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한다. 한편으론 탄소세, 탈석탄 등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한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의 ‘2020 기후기술(Climate-Tech)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기술의 투자 규모가 2013년에 약 5000억원 규모에서 2019년 약 20조원 규모로 40배 증가하였다. 7년간 누적 투자규모는 약 72조원에 이른다. 기후기술 기업들은 전세계 약 1200여개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 중국, 유럽에 위치해 있고, 그 중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은 43개가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니오, 퀀텀스케이프 등 60% 이상이 모빌리티 및 교통 분야이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 친환경 식품 및 농업, 녹색 건축, 산업공정 기술 등으로 구분된다.

그럼 기후기술 분야 대표적인 투자자(VC)는 누구일까?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기술 투자 사례가 약 2700건에 달하는데, 그 중 기후기술 분야에 연 평균 3건 이상 투자하는 VC는 10개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 10개도 일반적인 인터넷, 게임 기업 등에 투자하는 VC가 단순히 기후기술 분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탄소 중립만을 목표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빌 게이츠가 2016년에 설립한 ‘브레이크쓰루에너지벤쳐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이하 ’BEV’)밖에 없다. BEV는 설립 이후 약 4~5년간 1차로 조성된 1.2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였고, 최근 1.2조원 규모의 2차 펀드도 아주 쉽게 모금을 완료하였다. BEV 주요 출자자는 빌 게이츠 본인을 비롯하여 마이클 불룸버그, 제프 베조스, 리차드 브랜슨, 잭 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가들이다. BEV는 일반적으로 약 40~50개 기업에 기업당 평균 25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는 초기 약 3600억 가치로 투자했던 차세대 리튬이온 베터리 기술 기업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아직 시제품을 판매하지도 않았는데,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약 24조원의 회사가치로 약 67배의 차익이 생겼다.

정말 괄목할 만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실 기후기술 투자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차 투자붐이 있었다. 이때 전 세계 VC들이 약 30조원의 손실을 보면서 말 그대로 ‘피바다’가 되었는데, 이때 한국에서도 10년 이상 VC를 하신 분들은 그 때 그 나쁜 경험으로 아직까지도 재생에너지의 ‘재’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

2016년 MIT 분석에 따르면, 1차 기후기술 투자붐의 실패 요인은 당시 금융위기, 원유가격 폭락 등 외부요건을 제외하고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기후기술 전문 투자자 혹은 철학이 부재했다. 단지 돈만 버는 것만 목표였지,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기술인지, 그것이 어떠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지 철학적인 고민없이 대박만 쫓는 묻지마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BEV는 금전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BEV가 투자하는 기업이 연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50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투자의 핵심성과지표로 만들었다. 둘째,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짧은 투자 회수기간을 들 수 있다. 기후기술을 기존 인터넷 스타트업과 비슷하게 5년 만에 회수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수요에 비해 기술 성숙도가 상당히 낮았고, 초기 투자비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보다 긴 ‘인내자본’이 필요했다. 실제로 BEV가 설정하는 펀드 회수기간은 20년이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장기 임팩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객들이 원하는 ‘시장성’ 보다 정책 의존도가 너무 높은 업스트림 태양광, 풍력, 친환경차 등 부품 제조 기업에 투자했었다. 당시 재생에너지는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가 보조금이 없이도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바뀌었다. 그로인해 고객은 보다 청정한 탄소제로 에너지를 선호하고, 단순히 업스트림 제조기업 보다 점점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업의 혁신들이 시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2021년 새로운 기후기술 투자붐은 마치 대항해 시대를 여는 것 같다. 큰 자본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아주 비싸고, 위험한 탐험에 투자하고, 그 잠재적인 편익은 재무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엄청나게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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