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재가입·탄소중립 선언 등...트럼프 정부 지우기 나서
그린뉴딜에 4년간 2조달러 투자...재생에너지·전기차 보급 확대
韓 재생E 및 전기차 업계 반색...재생E 건설·배터리 등 호재
자국산업보호조치 및 탄소보호세 등 무역장벽은 위기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사진제공=조 바이든 트위터)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사진제공=조 바이든 트위터)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화석발전소 규제를 완화하고 석유산업을 장려했던 트럼프 정부와 정반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신임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첫날부터 ‘트럼프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그 첫 번째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 재가입이 유력시된다. 또 집권 4년 차에 에너지 공급 체계인 화석연료에서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천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미국 경제를 코로나 사태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그린뉴딜’에 2조달러(약 2200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건물 400만개, 주택 200만개를 에너지 고효율로 개조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최소 100만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또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에 무탄소 대중교통 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화석연료 보조금을 삭감해 그 자원은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위한 투자로 전환한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 탄소제로 전력생산 목표를 위해 태양열 지붕과 공동체 태양열 시스템 800만개를 포함해 5억개의 태양열 패널과 6만개의 풍력터빈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간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미국 내 누적 수주액은 전체의 1.1% 정도로 시장 진출 초기 수준이지만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우리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건설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한 한화에너지와 프랑스 토탈의 합작 행보가 이 같은 흐름을 읽은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기차·수소차 관련 신규 부품, 배터리 등도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은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를 수송부문 핵심 정책으로 삼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50만개 이상의 신규 전기차 공공충전소 배치, 무탄소 전기버스 전환, 공공기관 차량 300만대 전기차 전환, 전기차 세액공제 부활 등 정책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세계 점유율 2위, 4위,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삼대장’과 아이오닉5를 앞세운 현대자동차 등 완성 전기차 제조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때문에 미국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자국 산업 보호 최우선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 내 제조, 미국산 구매, 생산시설 국외 이전(오프쇼어링) 추징세 등과 같은 자국 산업보호 정책은 외국 기업들과 무역 갈등을 계속 발생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국 현지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중심 다자체제도 부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미국 중심의 다자주의 무역체제 부활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 확대 추진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또한 동맹국으로 참여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CPTPP 가입을 추진한다면 현행 수준에 비해 강화된 노동 및 환경 기준 요구가 예상된다“며 ”자동차, 철강, 화학, 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fees)에 의한 ‘무역장벽’ 대응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탄소조정세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정책의 하나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바이든은 탄소조정세와 관련해 "우리는 더 이상 무역정책과 기후목표를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하며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국가에 관세나 쿼터 형식으로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탄소조정세가 기후변화 대응을 구실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중(對中) 전략으로 마련됐지만 RE100 가입률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도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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