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영평가에 반영 등
공공기관 도입에 적극적
노조 ‘득보다 실’ 결사 반대에
공공기관 움직임 아직은 미미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 여부에 따라 경영평가 점수를 달리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지만 에너지 공기업 대부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직무급제 도입 여부에 따라 경영평가 점수를 달리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지만 에너지 공기업 대부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막상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반대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관 자율에 맡겼지만, 올해부터는 직무급제 도입을 경영평가에 2점을 반영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혁신방안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직무급제 도입이 핵심 논의 대상이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보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직무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고령화·저성장 사회에 대응하고 보수체계의 공정성·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시대적 당면과제”라며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개별기관의 특성 반영 ▲노사합의‧자율 ▲단계적 도입 추진 등 3대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의 움직임은 아직 소극적이다.

발전공기업의 경우 노사 간 임금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지만, 이번 임금협상에는 직무급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의 한 노조위원장은 “노조 동의 없이 직무급제 도입을 강행할 수 없을뿐더러,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순간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사 노조위원장도 “논의할 가치가 없다”며 “그 어떤 내용으로 시행되더라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애초에 소통창구조차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직무를 어떻게 분류해 점수를 반영할 것이며, 구성원들의 동의는 어떻게 구할 것”이냐며 “직무급제는 공공기관에 맞지 않을뿐더러 직무별 가치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신의 영역이다. 발전사 어느 곳도 도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직무급제 도입이 사실상 특정 업무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공적인 업무에 차등을 두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 분야에서 고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특정 직무에만 임금을 높인다면 직원 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회사 친화적인 직원들에게만 유리한 직무를 배정하는 등 사실상 ‘직원 길들이기’ 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게 노조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사측에 불만이나 쓴 소리를 하는 직원은 등급이 낮은 자리로 보내면서 직원들의 입을 막을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정부가 도입하려다가 철회한 성과연봉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한국가스공사 노조도 “공공부문에서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직무급제 도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일부 에너지 공기업은 직무급제 도입을 신중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직무급제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발주, 연말쯤 결과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노조와 협의해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성과연봉제와 다를 바가 없다.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옳은 얘기지만 직무별 임금 차등화가 아니더라도 여러 대안이 있을 것”이라며 “노조 측에서 이미 충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도 사기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용어

・직무급제: 호봉제와 달리 직무의 난이도, 가치,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기준으로 급여에 차이를 두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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