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해 놓고 한 달 있으면 비슷한 제품이 또 나와요. 제품 개발비만 날린거죠. 이럴 바엔 그냥 중국산 제품 대리점을 하는 게 낫겠어요.”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제조업계에서 발생하는 흔한 고민이다. 업계는 비싼 돈 들여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다른 업체가 베껴갈까 죄 지은 듯 감추게 된다.

실제로 타사의 제품을 사진찍어 보내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1주일 안에 비슷한 제품을 찾아주는 브로커가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신제품 개발에는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수억원이 사용된다. 영세한 제조업계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개발이지만 누군가에겐 끓여놓은 라면처럼 뺏어먹기 좋은 대상이 된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무분별한 지적재산 도둑질에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베낀 제품이 다른 장소에서 판매된다고 한들 모니터링할 방법도 부족하며 남의 제품을 훔쳐가는 업체가 정상적인 법인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것도 중소기업에게는 부담가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신제품 개발에 대한 중소기업의 열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기보다 무난한 저가경쟁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무형 자산에 대한 지적재산권 인식이 높아졌다.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등의 불법유통이 크게 제한됐다. 여기엔 정부기관의 역할도 컸지만 산업 관련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음악을 듣기 위해 영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한때 알뜰함의 상징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왜 영화를 돈주고 봐”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산업 관련자들이 투쟁이 있다. 감시 기능을 가진 조직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했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 준다.

제조업도 제품을 베껴가는 검은손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 모니터링 조직을 만들고 조합을 통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어차피 법적 처벌은 어렵다’ 등 무기력한 이유들로 손쓰지 못했던 일들에 구제책을 찾아야 한다. 제조업계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신제품 개발하고 싶은 환경, 좋은 제품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그 첫발을 제조업계가 뗄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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