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전환로드맵 어느 것이 우선인가가 핵심
정권 따라 스탠스 바꾸는 정부부처도 이제는 중심 잡아야

감사원이 에너지기본계획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절차적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019년 6월 정갑윤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것으로, 감사원 측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체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수립과정의 절차적 정적성을 따지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이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수립과정에 대한 감사를 또 시작하면서 탈원전 정책이 4년째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총장에 이어 이번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대법원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관련해 상위계획은 하위계획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계획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감사를 강행한 것은 최재형 원장의 왜곡된 신념에 따라 에너지전환정책을 계획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선택적 감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권의 주장대로 감사원의 이번 감사 착수는 일종의 의도된 감사일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공익감사 청구가 제기된 지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 감사를 시작한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자 다음 정권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이나 여당 입장에서는 정부의 행정행위를 자신의 잘못된 신념에 따라 ‘에너지전환은 惡, 원자력은 善이라는’ 왜곡된 기준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탈원전을 반대하는 국민이나 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감사원도 정권을 보위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행위라도 잘못된 절차로 진행됐다면 바로잡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이번 감사의 핵심은 에너지기본계획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전환로드맵 어느 것이 더 우선인가이다. 산업부는 전 정권에서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을 따르지 않고, 현 정권에서 수립된 에너지전환로드맵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도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여서 감사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 지가 매우 중요하다. 산업부는 이번 감사원 감사와 관련 해명자료를 통해 ‘비구속적 행정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정 없이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입장도 분명 이해된다. 그러나 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계획이자 대원칙을 담은 것으로, 이에 근거해 각 에너지원별 하부 계획이 수립, 시행된다.

산업부 설명대로 정합성이 담보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국가 최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의미가 없어진다. 또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부 부처는 에너지계획을 숟가락 뒤집듯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산업부는 중심을 잘 잡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결연한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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