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지킴이…中 수출 5년 클레임 한 건도 없어

일본 무역보복에 대응 소재 독립혁명 이끌어
자사 Co-Extru 공법 높은 안전성 입증
신소재 활용 그래핀 파우치 필름 개발 통해 이차전지 시장 새 바람 기대
방사능차폐 필름 통해 원전해체시장 진출 예정

안광선 대표가 리드탭 필름을 일정한 두께로 압출하기위한 컨트롤 제어장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광선 대표가 리드탭 필름을 일정한 두께로 압출하기위한 컨트롤 제어장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마지막 날 베스트에너지(대표 안광선) 경남 함안 공장을 방문했다.

다른 회사라면 종무식을 마치고 휴가 들어갈 시기지만 공장의 기계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중국에서 급한 주문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주문에 밤을 샌 안광선 대표는 압출기에서 방금 뽑아낸 필름을 보여줬다.

기자는 압출기에서 생산된 ‘마스터롤’ 원단의 가격에 놀랐지만 안 대표는 이 가격도 일본제품의 7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왜 소재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비싼 만큼 반도체, 전자제품처럼 배가 아닌 비행기로 수출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이유는 베스트에너지의 리드탭 필름이 없다면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베스트에너지의 제품을 수입하는 이유도 일본이 독점하는 리드탭 필름 세계 시장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부산에 위치한 베스트에너지는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부품인 리드탭 필름 소재 국산화에 성공, 생산하고 있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일본 기업 5곳에서만 리드텝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이차전지 소재에 관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 리드탭 필름 소재 국산화 성공 및 현재 이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성공적으로 수출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리드탭 필름만 아니라 파우치 필름(파우치형 이차전지의 소재 중 하나)의 핵심소재인 중대형 CPP 필름 제조에도 성공했다.

현재는 리드탭 필름의 성공적인 수출사업화 검증을 바탕으로 파우치 필름의 내피에 해당 하는 핵심 소재인 CPP 필름의 개발성공으로 이차전지에 필수적인 파우치 필름 제조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의 생산 공장 신축을 마치며 본격적으로 생산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필름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설인 클린 시설과 스마트팩토리 설비를 도입해 국내 대기업의 납품 기준 조건에 충족하고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이차전지의 구성 요소 중 리드탭은 이차전지의 음극재와 양극재를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리드탭 필름은 전해액 누수를 막고 실링 하는 보호 장치이기 때문에 이차전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히타치, 쇼와덴코, 스미토모 등 일본 대기업들이 파우치용 CPP 필름과 리드탭 필름을 패키지로 생산하고 있는데, 세계 시장에서 리드탭 필름만을 전문적으로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는 베스트에너지가 유일하다.

중대형 제품 위주의 설계를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리드탭 필름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데 일본 제품과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기존 업체들과 달리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동일 물질로 한 번에 여러 필름을 통시에 압출하는 Co-Extru 공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층간분리나 전해액 누출 등을 막을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

또 필름의 성능을 좌우하는 메탈과의 융착력(feel strength)이 매우 우수해 필름 스킨 층의 온도를 고객사 요구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베스트에너지만의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자동차 등 대형 전지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타사 제품 대비 용융점 온도가 15~20℃ 가량 높아 내부 압력과 열에 더 잘 버틸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소재 국산화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사용하는 이차전지의 필수품인 파우치 필름이다.

파우치 필름은 Al포일에 CPP 필름을 라미네이팅해 만들어지는 필름으로 100% 일본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급히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소재다.

현재 율촌화학에서 파우치 필름을 생산하고 있으나 소형 파우치 필름으로 중대형 파우치 필름에는 아직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 것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파우치 필름의 핵심 소재인 CPP필름의 성능이 중대형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CPP필름의 개발 과정이 매우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출기에서 리드탭 필름이 생산되고 있다..
압출기에서 리드탭 필름이 생산되고 있다..

베스트에너지는 자체 CPP 필름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소형 필름만 생산 가능한 기존 업체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정부 과제로 파우치 필름을 개발 중에 있다.

파우치 필름은 리드탭 필름과 동종, 동성의 물질인 CPP 필름을 핵심 소재로 구성됐다. 파우치형 이차전지의 외장재이기에 충격에 강해야 하며, 내부 전해액에도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베스트에너지가 리드탭 필름과 중대형 CPP 필름 국산화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타사의 제품에 비해 국산화 진행 비율이 높다고 평가한다.

안 대표의 연구개발 의욕은 계속된다. 신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파우치 필름 또한 연구 중이다.

울산의 스탠다드그래핀(대표 이정훈)과 MOU를 통해 그래핀 파우치 필름을 연구 중이다.

그래핀이라는 신소재를 통해 기존 파우치 필름 대비 ▲외부 충격에 강한 내구성 ▲우수한 열 전도성으로 배터리 내부 방열문제 해결 및 수명연장 ▲연성(Flexible)의 성질로 배터리 구조설계의 자유도 상승 ▲내부 전해질에 의한 내화학적 특성 보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그래핀 파우치 필름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차전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최근 부산, 울산이 원자력을 중점산업으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지정된 것에 발맞춰 방사능차폐 필름을 통해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현재 이온빔 응용연구시설을 보유한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중저준위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 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드탭 필름은 국내 최고 연구진의 고분자 브랜딩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됐기 때문에 차폐기능이 우수하다”며 “지속적인 연구로 방사성 물질 밀봉기능이 보완된다면 중‧저준위는 물론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적용까지 검토해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베스트에너지에서 개발한 리드탭 필름은 기존 국내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본 제품과 비교하면 지표면에서 우위를 차지했으나 약한 기업 브랜드로 인해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우수한 제품에도 불구하고 이차전지 소재는 가격보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우선이기에 신생기업인 베스트에너지의 제품은 샘플 테스트조차 거부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년 전 소재 산업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분위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대기업의 뿌리 깊은 일본 제품 선호로 지금도 생산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하는 처지다.

안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는 채택되지 못했지만 대신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난해 8월, 중국 이차전지 3대 업체인 ATL에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TEST에 통과해 올해 상반기에 수출계약을 시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HCP, KAIXIANG 등 굵직한 중국 이차전지 업체에 자사의 리드탭 필름을 수출하고 있으며, PTL(퓨타이라이) 등의 회사에도 샘플 TEST를 보내는 등의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10월에는 PowerGen International 2019 등의 전시회에 나서며 중국 외에도 미국, 유럽 등 타지역 해외고객사 유치도 추진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대형 이차전지 제조사에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생산클린시설과 스마트펙토리 설비를 도입해 4M 조건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국내 리드탭 제조업체인 솔브레인, 엘콤, 폴, 유진 등의 업체와도 유기적으로 협력관계를 가질 전망이다.

안광선 대표가 소재 브랜딩을 위한 자동 밋싱 장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광선 대표가 소재 브랜딩을 위한 자동 밋싱 장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스트에너지는 2020년 한 해에만 다양한 정부과제 선정됐는데 이는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 타파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선정된 정부과제만 해도 ▲4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기차용 중대형 리드탭 개발’ 과제선정 ▲7월 중소벤처기업부 Big-3 분야 전기차 부문 유망중소기업 선정 및 ‘그래핀 소재를 활용한 그래핀 파우치 필름 개발’ R&D 과제 선정 ▲7월 부산테크노파크 미래성장지원기업 선정 ▲10월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확인서 등록 ▲11월 소재부품장비 핵심 전략 기술확인서 등록 ▲12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중소기업 우수회원사 선정 등 굵직한 성과들로 가득 차 있다.

지난 11일에는 우수한 기술력과 성공적인 사업화 과정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연구개발특구기술사업화 우수상”을 수상했다.

안광선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중국에 수출하면서 단 한건의 클레임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 정도면 국내 대기업도 일본 제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소재 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리드탭 필름 수출을 중단할 경우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에서 소재 산업 육성과 상생 차원에서 올해에는 국내 대기업의 일부 생산라인에 적은 양이라도 공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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