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너지전환으로 석유 수요 지속 감소
화학 중심 배터리·수소·모빌리티 충전시장 진출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배터리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배터리셀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고탄소 연료와 원료를 저탄소 내지는 무탄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대표적인 타격 업종은 석유와 화학이다. 특히 석유제품과 화학 원료를 모두 생산하는 정유업종은 향후 사업 지속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성장해 온 정유업계는 이번에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화학을 중심으로 배터리, 수소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로 ‘그린+성장’ 모두 달성

최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자료가 배터리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1월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이 5.5% 점유율로 5위를 차지한 것이다.

불과 1년 전인 2019년에는 9위에 머물렀지만 1년새 공급물량을 늘리고 판매 매출이 239% 급증하며 4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주식시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이제는 정유주보다 배터리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타격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장 정유사의 주가가 폭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15만대의 주가가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역대 최고 수준인 25만원을 넘어섰다.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배터리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주로 분류돼 투자 가치 높게 평가되고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고공 행진 배경으로 크게 ▲과감한 투자 ▲독보적 기술력 ▲전후방산업 협력생태계 구축 및 발전 도모 등 3박자를 꼽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자해 1·2공장을 건설 중이며 장기적으로 약 6조원에 이르는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EVE와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 후이저우에 3번째 배터리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해당 공장에서 연간 10GWh 생산이 이이뤄진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중국 창저우, 옌청에 공장 투자를 진행했다. 창저우 공장은 지난해 완공돼 이미 가동 중이고 옌청 공장은 올해부터 본격 가동 예정이다.

세 공장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1년 27GWh, 2022년 30GWh로 확대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중국, 헝가리, 미국 등 글로벌 총 생산능력이 2019년말 약 20GWh, 올해 약 30GWh에서 2023년 80GWh, 2025년 100GWh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칼텍스가 미래형 주유소로 새롭게 문을 연 서울 강남의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
GS칼텍스가 미래형 주유소로 새롭게 문을 연 서울 강남의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
◆GS칼텍스, 화학사업 확대 및 미래형주유소 전환

GS칼텍스는 GS그룹과 미국의 메이저 석유기업인 셰브론이 50대 50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경영권이 GS그룹에 있다면 보다 쉽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겠지만 셰브론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이다보니 GS칼텍스는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현재의 사업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에너지전환 트렌드에 맞추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화학사업 강화와 미래형 주유소 전환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18년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43만㎡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혼합원료분해시설(Mixed Feed Cracker·MFC)을 건설하고 있다.

MFC는 납사 외에도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신규 생산설비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 생산제품인 에틸렌은 중합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된다. 이는 다시 가공이나 성형 등의 과정을 거쳐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전 세계 폴리에틸렌 시장 규모는 연간 1억t으로 전체 올레핀 시장 규모 2억6000만t 중 비중이 가장 크다. 또한 전 세계 폴리에틸렌 수요성장률도 연평균 4.2%로 안정적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미래형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에너지, 그 가능성을 넓히다’라는 개념하에 에너지기업의 변화와 확장의 의지를 전달하고 미래 지향적 사업영역을 통합하는 브랜드로 사용될 예정이다.

에너지플러스 브랜드가 적용되는 사업영역은 ▲기존 주유소 모델을 탈피한 미래형 주유소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복합개발 ▲GS칼텍스 고객에게 특화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모바일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이다.

에너지플러스 브랜드가 처음 적용된 미래형 주유소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로 불리게 된다. 기존 주유소 공간을 넘어 세차, 정비,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같은 모빌리티 인프라와 물류거점, 드론배송, 편의점 및 F&B(Food & Beverage) 등의 라이프서비스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에너지 충전공간으로 거듭난다.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입해 가동 중인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입해 가동 중인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
◆에쓰오일, 화학사업에 12조 통 큰 투자

에쓰오일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쇠퇴하고 있는 석유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비중을 대폭 높이고 신사업으로 수소시장에 진출한다.

에쓰오일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성장전략으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은 미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확고한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목표 그리고 투자 로드맵 등으로 이뤄졌다. 에쓰오일은 2030년까지 추구해야 할 비전(미래상)으로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제시했다.

에쓰오일은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목표 중 하나로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에 맞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수립했다.

또한 장기 성장전략으로 추진해온 석유화학 사업 분야 투자를 일관성 있게 지속해 지금보다 2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5조원을 들여 완공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이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샤힌(Shaheen;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전에 발표한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프로젝트’이다. 에쓰오일은 이 프로젝트에 7조원을 투자하며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체계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기존 사업분야인 정유・석유화학・윤활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에도 진출해 회사의 지속성장을 견인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주유소 빈 공간에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 현대오일뱅크 셀프스토리지 서비스.
주유소 빈 공간에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 현대오일뱅크 셀프스토리지 서비스.
◆현대오일, 미래 모빌리티 충전시장 선점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2번째로 많은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 충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5월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총 2500개 주유소를 확보해 SK에너지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인수 주유소의 절반 이상인 159개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어 수도권 주유소 수가 750개로 늘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직영주유소 20개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했으며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차지인과 도심권 주유소에 100kw급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세차 서비스 확대를 위해 네모섬, 에코클린과 제휴해 지난해 5월부터 수도권 3개 주유소에서 내부 세차 서비스를 선보여 전국 20개 주유소로 확대했다. 또한 팀 와이퍼와 제휴해 고객 차량을 수령해 세차를 하고 다시 고객에 반납해 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시범도입했다.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고객 편의성도 높인다.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에게는 심야 시간 값싸게 충전할 수 있는 요금제, 출퇴근 고객에게는 대기 시간 없이 신속한 충전이 가능한 요금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제조업체와 제휴해 프리미엄 세차, 공유 주차, 차량 렌트, 경정비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오일뱅크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전기차 대비 충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9만대인 전기차 보급대수는 2030년 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충전기 보급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 지난해 충전기 1개당 전기차 수는 3.91대에서 2023년 11.1대, 2025년에는 14.8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환규 영업본부장은 “충전속도가 빠른 50kW급 이상 급속 충전기는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2025년에도 전체 충전기의 2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증하는 전기차 고객을 주유소로 유치해 프리미엄 세차 등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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