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1년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은 이후 2건의 특허침해 소송까지 더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분야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해갔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채용 절차는 적법했으며 탈취당한 영업비밀이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보라며 역공격을 하고 있다.

당초 ITC는 지난해 10월 5일 최종 판결을 내리려 했으나 10월 26일→12월 10일→올해 2월 10일로 총 3차례나 연기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판결에 따른 파급력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룬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시 미국으로 배터리 제품 수입이 금지되고 현재 3조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생산공장의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내년부터 폭스바겐과 포드의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가동이 중단되면 이들 생산도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조지아주와 테네지주의 의원 3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CEO 앞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양사 모두 미국에서 대규모 배터리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어느 한쪽에 부정적 판결이 나오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양사가 적절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전기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을 제치고 배터리시장에서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은 거세 조만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 분야는 중국 의존도가 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가 합심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계속되면 각자도생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에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양사는 지난 1년 9개월 동안 진흙탕 여론전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닌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 됐다.

사람 사이에서도 자존심 싸움은 한쪽이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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