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결정된 가운데 경영계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치권은 경영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며,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다각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본격 추진된 것은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이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 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사업주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시각이 크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이자는 것에는 경영계도 굳이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이미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법을 강화해 왔으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선 근로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보면 근로자 반복 사망 발생시 형량의 50%까지 가중토록 했으며 법인의 벌금도 높여 1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정했다. 또 하청근로자 사망 시, 원청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부과 등이 포함됐다.

개정된 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새로운 법을 만들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기업 옥 죈다’로 볼 수밖에 없다.

개정된 산업법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면, 보완하면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정부안을 보면 사업주 또는 법인이 제3자에게 용역이나 도급, 위탁한 경우에도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제3자와 공동으로 부담하고, 하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는데, 이 기간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이 큰 책임을 지도록 했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작업자가 안전법규을 안 지켜서 사고가 날 경우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안전관리도 하지않는 업체에 대해 징벌적 처벌은 당연할 수 있지만, 사업주의 관리영역을 벗어나는 사고에 대해선 책임을 명확히 해야한다. 특히 중소 건설현장이 많은 전기공사 분야는 유예 기간이 끝나고 법 적용이 본격화 될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1년에 공사건수로 치면 50만건이 넘는데, 이런 현장을 사업주가 일일이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처벌보다 예방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례를 보면 예산에 쫓겨 공사를 빨리빨리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안전장구를 규정대로 착용할 경우 작업시간이 길어지는데, 이는 임금과 연결된다.

모든 작업자가 규정대로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지 감독도 힘들다. 그만큼 안전관리 인력이 확충돼야 하는데,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발주공사 예산을 줄이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하라고 강요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동시에 안전관리에 필요한 적정비용, 현장 작업자의 책임 등 다양한 것들이 동시에 논의돼야 도입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고 산재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