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확정 전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40%가량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본다.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의 위기다.” -전력기자재 중소제조기업 A사 대표

“지난해 목표치까지는 아니지만 실적은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올해는 상반기부터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라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기자재 중소제조기업 B사 대표

새해 벽두부터 중소제조업계 곳곳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한 해를 겪어낸 기업들은 반쪽짜리 성적표를 받아들고선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최근 취재 차 만난 A 전력기자재 중소제조기업 대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지난해 실적 평가를 갈음했다. 민수시장 비중이 컸던 이 기업은 경기침체로 매출 급감을 경험했고, 해외수출길까지 막히며 2019년에도 못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반면 큰 부침 없이 안정적으로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 기업들도 있다. 업계에서도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B사가 대표적인 예다. B사 대표는 “일찍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관수시장 비중을 키운 덕에 실적 후퇴는 면했다”며 “상반기부터 3~4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라 새해에는 매출 신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산업 재편 흐름이 ‘예정된 위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간 누적돼온 투자비 감축, 신산업 발굴 미비 등 혁신의 적체가 임계점에 다달은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일선 기업들은 모두 코로나19발 위기 속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을 없이 R&D 투자를 지속했으며, 중장기 사업전략에 따라 신기술·제품 개발에 매진함으로써 새해부터 본격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왔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해야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산업 재편의 물살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새해 닥쳐올 여러 난관 속에서도 ‘내일의 씨앗’을 품어내는 기업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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