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이를 위한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은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러면 전기소비자는 어떤가? 2021년은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작년12월 17일 정부에서는 합리적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확정지었다.

작년과 직전 3개월의 연료비에 기초해서 21년 1월에서 3월은 주택용 350kWh/월 전기를 사용하는 곳은 1050원의 전기요금이 인하된다. 4월에서 6월은 월 1750원이나 인하된다. 전기를 만드는 제조원가 연료비와 요금을 연동시킨 것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주유소 기름값이 떨어지는 맛이 있다. 이제 전기요금도 몇 개월의 시차는 있지만 오르고 내리는 맛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가정주부가 유가에 연동해 가전제품 소비를 생각하고 요금을 선택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장의 경우 생산 스케줄, 판매가 및 재고관리를 합리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가정주부가 선택을 통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요금제도 출시됐다. 주택용 계시별 선택 요금제다. 계시별 요금제(TOU; Time of Use)란 계절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다른 요금제를 말한다. 일반인에게 익숙치 않지만 주택을 제외하고는 적용된 지 오래됐다.

이제 현명한 주부는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요금이 싼 시간의 전기를 사용할 것이다. 어느 여름날 내일 입고 갈 와이셔츠를 저녁 9시전에 188.8원/kWh 들여서 빨 필요가 없다. 9시만 넘으면 107원/kWh이기 때문이다. 43.3% 싼 전기를 쓰는 것이다. 10%만 할인해도 귀가 솔깃한 현명한 주부에게 40%가 넘는 바겐세일이라니. 물론 과거기준 누진제 요금을 선택하면 전기사용량이 낮은 1단계 요금은 93.3원/kWh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적 가정의 사용량인 월 350kWh인 경우는 187.9원/kWh를 내야한다. 400kWh가 넘는 다소비 주택인 경우 280.6원/kWh이다. 선택에 따라 와이셔츠 한 벌을 세탁할 때 자그마치 62% 할인된 전기를 쓸 수도 있다.

계시별 요금제를 무작정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계시별 요금제의 기본요금은 4310원/kW이다. 가정용 계약전력이 3kW이므로 1만2930원이다. 누진제의 기본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다르다. 400kWh이상의 다소비 주택인 경우라고 해봤자 7300원이다. 그러니까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하면 5,630원을 더 내야 하는 만큼 사용하는 전력량 요금 혜택과 비교해야 한다. 결국 자신의 기본 소비패턴과 조절 가능한 패턴을 판단한 후 내게 맞는 요금이 무엇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후환경요금이 개편안에 들어있다. 전기요금에 막연히 포함돼 있던 환경비용을 기후환경요금이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분리해서 부과한다는 것이다. 아까의 주택용 월 350kWh를 사용하는 경우 기후환경 요금으로 1855원을 부담하게 된다. RPS로 1575원, 배출권 거래(ETS)로 175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105원의 합이다.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가로 추가비용을 부담하라는 말이다. 깨끗하지 않은 전기를 쓰겠다는 선택권은 없다. 그러나 국민 DR(에너지쉼표)를 통한 선택권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DR 참여통보는 19개 광역권역중 3개 권역에서 미세먼지 ‘나쁨’예보가 날 때 발생한다. 이 때 1시간 전기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참여목적이 몇 가지 있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석탄발전을 통한 전기를 사용 않겠다는 ‘소비자 선택’의 의미도 들어있다. 참여자는 1시간 1kWh 참여에 약1300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2시간이면 2600원으로 월 기후환경 요금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시행 첫해인 2020년에 45시간 참여요청이 있었으니 참여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충분한 횟수다.

이제 시작이다. 국민DR도 2년차가 시작됐다. 요금제 개편의 신호탄도 쏘아졌다. 일부 지역에선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실증도 진행 중이다.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의 혜택이 요금청구서에 나타나야 한다. 첫 바퀴가 돌아가기까지는 충분한 홍보와 참여방법 제시, 소비패턴에 근거한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한국전력과 관련 서비스 사업자가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2021년이 될 때 머지않아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유리한 다양한 선택 요금제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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