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국 전력시장 환경 맞춘 K-RE100 본격 도입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 길 열렸지만 여전히 갈 길 멀어

산업부는 올해부터 녹색프리미엄제, 제3자 PPA, REC 거래, 자가발전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구매토록 하는 K-RE100을 본격 시행한다.
산업부는 올해부터 녹색프리미엄제, 제3자 PPA, REC 거래, 자가발전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구매토록 하는 K-RE100을 본격 시행한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본격적으로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 등 28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 중이며, 이들 기업은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에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캠페인 참여가 어려웠다. SK그룹 6개 사가 국내 최초로 캠페인 가입 승인을 받았지만, 해외사업장에서 이행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에 시행되는 한국형 RE100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제도를 손질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RE100은 연간 전기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권고했으나, 국내 제도는 전기사용량과 무관하게 산업용, 일반용 전기소비자 모두 에너지공단 등록을 거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관련 “환영하지만,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전력구매계약(PPA)이 가능한 제도가 부재한 탓이 특히 크다.

◆K-RE100 어떻게 지원하나=정부는 ▲녹색 프리미엄제 ▲제3자 PPA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가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것으로 실적을 인정한다.

녹색 프리미엄제는 입찰을 통해 한전에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재생에너지를 사는 방식이다.

제3자 PPA는 한전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현재는 발전사와 기업 간 직접적인 전력거래가 불가능한 만큼,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한전의 중개를 거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이행해야 하는 발전 사업자들만 REC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도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에너지공단이 올해부터 제공할 RE100 플랫폼을 통해서다.

에너지공단은 RE100 이행을 위한 전용 REC 거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올해 1분기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약 4개월만 모의거래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게 에너지공단 측의 설명이다.

공단은 기업 등이 제출한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에 관해 확인을 거쳐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이 확인서는 글로벌 RE100 이행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가 구체적인 에너지원, 감축 수단 및 방법 등에 대한 관련 지침을 개정 중이다.

재생에너지를 최소 20% 이상 사용하면 라벨링도 부여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이 확대되는 만큼 한국형 RE100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비재 기업은 깨끗한 전기로 생산했다는 '라벨링'을 제품에 사용할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PPA 가능해야 RE100 성공”=정부가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지만 시장은 아직 아쉽다는 분위기다.

특히 자유로운 PPA가 아직까지 막혀있는 만큼 한전의 중개없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 간 자유로운 거래가 어려운 점이 K-RE100의 한계로 꼽힌다.

소위 PPA법으로 불리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불리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다만 그동안 제도적으로 막혀있었던 RE100이 시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5일 논평을 내고 K-RE100을 통해 그동안 한전으로부터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전기에서 벗어나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제3자 PPA는 한전이 중개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PPA라고 할 순 없지만, 전기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제도 개선이라는 게 기후솔루션 측의 설명이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한전의 중개 없이 전기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기후솔루션은 주장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장기 고정가격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도 한전의 전기요금 상승이라는 위험부담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것.

기후솔루션은 RE100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구매자의 선의와 자발적인 참여에만 기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온실가스를 과다배출하는 석탄‧가스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 비용 부과를 통해 구매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소비자의 선의와 자발적인 참여로만 한국형 RE100 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정부는 석탄·가스 발전의 환경 비용을 제대로 부과해 재생에너지 구매가 현실적인 수준이 될 수 있게 지속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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