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전력산업계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란 변곡점을 맞았다.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고, 민영화 수순을 밟아갔다. 당초 계획대로 라면 발전회사 1곳은 외국기업에 매각이 됐고, 판매 부분은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 발전사 매각은 없던 일이 됐고, 판매부문 민영화는 철도, 가스, 도로, 전력 등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도매시장(발전 부문)만 민간이 참여해 정부가 정한 룰에 따라 전기를 판매했다. 2021년. 정확히 20년이 지난 올해는 전력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확정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의 전력 판매시스템과 전혀 다른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신재생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간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해 거래할 수 있는 전력공급계약(PPA) 제도가 시작된다. 또 일부 재생에너지 등 일부 전력생산량에 한정하겠지만 실시간 입찰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팔수 있는 시장이 들어선다. 이번 시장제도 개선을 시작으로 종착점은 판매시장 자유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전력산업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그동안 한전이란 울타리에서 보호 받으면서 성장했던 제조업계, 시공업계는 2021년 이후 변화할 시장에서 어떤 환경에 놓여 질지, 제대로 가늠도 안 된다.

변화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올 전력산업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전력산업은 그동안 국가경제, 산업발전을 위한 보조 서비스 역할을 해왔다.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며 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한 중화학 공업, 반도체산업, 조선, 철강 산업 등은 혜택을 누렸다. 낮은 전기요금은 통상 문제로까지 지적된 적도 있다. 전기요금은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통제속에서 관리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연료비연동제도 등 시장형 요금제도로 바뀌면서 예전 시스템이 깨졌다. 다양한 변동요인이 반영되는 연동제 도입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많은 저항이 있었다. 그만큼 전기요금이 전력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의 방향은 명확해 졌다.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다양해지면서 예전방식인 중앙통제식 관리는 불가능해 졌다. 공정한 룰을 정하고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대는 곧 도래한다. 이번 변화는 준비된 기업에게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 수 십년 동안 누려왔던 특권을 내려놓게 ‘다양성, 공정’ 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검찰개혁의 시작도 특권을 버리고 공정한 검찰에서 시작됐다. 공정의 한가운데는 국민들이 있다. 전력산업도 수십년 동안 지속된 만큼 일부가 벽을 친 특권으로 보여 질 수 있다. 올해는 전력산업에서도 특권을 내려놓고 다양성, 공정의 논의가 본격 시작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전력산업은 신재생을 필두로 배터리, 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이 융복합 한 미래 성장동력이며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명의 이기다. 때문에 국민편익, 국익 등 다소 진부한 단어처럼 들리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전력산업이 변화가 피부로 느끼는 것이 시작되는 올해는 분명 기회의 한해가 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를 잡는 한해가 되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