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환경 척박, 정부 차원 지원 절실
정부 과제 문턱 낮추고 지원기간 늘려야
비츠로셀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 성과

“소재·부품·장비와 첨단산업의 성장이 ‘경제위기극복’이고 ‘산업 안보’이며, 혁신성장의 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9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현장인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시작된 소부장 육성정책은 해를 거듭하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부터 4개월 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는 이제 첫발을 뗀 ‘소부장 강소기업100’ 협의회의 초대 회장직에 올랐다. 리튬1차전지 세계 선두권 기업인 비츠로셀의 수장으로 국내외 산업 생태계를 목도해온 그는 ‘한국 소부장 산업계’의 도약을 촉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례없는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등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새해를 맞은 우리 산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장 대표에게 한국 산업계의 진단과 해결책, 더 나아가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20년 11월 출범한 소부장 강소기업100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어떤 부분이 선출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는지.

“부담감에 한 차례 고사하기도 했으나 우리 소부장 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결국 수락하게 됐다. 비츠로셀은 200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기술연구센터(ATC 및 ATC+)’ 사업에 참여해왔으며 ‘소부장 강소기업 100’, ‘월드클래스 300’까지 두루 경험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부터 2년 임기의 우수기술연구센터협회(ATCA) 회장직을 맡게 되고, 코스닥협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모두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과제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산업 관련 부처들과 접점을 가져왔으며 이를 통해 산업계에 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선출에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소부장 육성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부장 강소기업100에 실리는 무게감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현업에 종사하며 국내 산업계는 물론 독일·일본 등 제조선진국의 산업동향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춰볼 때 국내 산업환경은 무척 척박하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중견기업,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상생’이 필요한데, 실제 국내 산업 생태계는 그 연결성이 매우 약한 상태다. 각 기업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연결성을 키워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정부 차원에서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초대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회를 운영해나갈 계획인지.

“가장 급선무는 정부 과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정부 과제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현재 부처를 막론하고 정부 과제는 자격요건을 고정시킨 탓에 기술력이 있거나 잠재성을 갖춘 기업이라도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제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기업들이 과제에 선정돼 기술을 축적하고, 현금흐름도 개선하는 등 기업활동에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협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소관 부처에 건의를 했고, 일정 부분 논의가 받아들여졌다. 현재 ‘소부장 스타트업100’에 대한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지원이 절실한 이 기업들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문턱을 낮춰 누구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논의를 진전시켜나가고 있다.

또 과제 수행 기간도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과제는 길어야 5년뿐이지만 독일·일본 등은 한 가지 사업, 한 가지 기술에만 적게는 10년, 길게는 30년까지 투자를 지속한다. 짧은 투자로 단시간 내 결실을 맺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하나의 과제가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후속 사업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과제의 경우 낮은 사업화율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과제를 위한 과제가 많아질수록 산업계 발전은 요원해진다. 모든 과제는 사업화(비즈니스 모델화)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제를 개선하는 것뿐만으로는 안 되고,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업화 가능성·여부를 반영해 평가체계까지 개편해야 한다. 특히 사업·기술마다 실제로 사업화가 이뤄지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사업화에 근접했는가’를 평가해야 정부와 산업계 모두 실효성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비츠로셀의 경우 장기간 과제 수행에 이은 사업화에 성공해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2020년 아시아 200대 유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10년 이상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켜온 원칙은 ‘과제를 위한 과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수행한 과제 대부분을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곧 기업의 성장으로 직결됐다.

‘아시아 200대 유망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여러 측면에서 함의하는 바가 많다. 포브스는 ▲실적 지속 가능성 ▲수익률 ▲지배구조 ▲경영 능력 ▲회계 투명성 등을 평가지표로 기업을 선정하는데, 이러한 지표들은 모두 실제로 기업이 어느 정도의 펀더멘털(경제기초)을 갖췄는지, 또 성장잠재력이 얼마큼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표이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매출액 1000만~10억달러(약 109억~1조955억원) 사이의 상장사가 1만8000개에 달하는데 그중 200대 기업에 선정된 것은 비츠로셀의 방향성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해외매출 비중이 큰 기업의 특성상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전 영역에서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새해에도 회복 모멘텀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업이 상당수다. 비츠로셀은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있나.

“비츠로셀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을 의식해 철저하게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2019년보다 매출액이 10% 하락하는 상황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는 산업, 기업에 따라 더욱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온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 믿고 있다. 비츠로셀의 경우 대내외적으로 기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중장기 사업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2017년 화재가 발생했을 때나 코로나19로 산업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실은 2023~2025년 꽃피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오는 4월 5일부로 소형원통형 리튬2차전지 등 2차전지 품목의 양산을 시작한다. 주력 제품이었던 1차전지에 더해 2차전지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필름배터리 1차전지→필름배터리 2차전지→필름배터리 2차전지 플렉시블→박형센서 통합’을 로드맵으로 중장기적인 혁신을 거듭할 계획이다. 특히 필름배터리의 경우 스포츠, 헬스, 의료, 물류 등 산업 다방면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츠로셀이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츠로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2차전지 부품업체로서 국내외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오는 2025년쯤부터는 전고체전지와 리튬-황 전지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도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어마어마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비츠로셀이 관련 사업을 영위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면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내적으로는 시가총액 확대와 같은 외형적인 지표에 매달리지 않고 펀더멘털을 확보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또한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M&A도 추진해 미래산업을 선점해나갈 것이다.”

◆he is……

▲대우전자 베네룩스 법인장(1994~2000년) ▲한단브로드컴(2001~2002년) ▲이레전자 부사장(2003~2005년) ▲비츠로셀 전무이사(2006~2007년) ▲비츠로셀 대표(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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