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극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응과 동시에 전 세계는 코로나 이후 달라질 사회와 경제체제 변화에 대해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만큼이나 사회와 경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이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고,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담 차관을 신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후 정부는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하였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를 UN에 제출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여 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일이다. 발전 부문에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탈탄소화, 산업, 수송, 건물 등의 최종에너지 소비 부문을 전력으로 대체하는 전기화와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거나 탄소세,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국가경제 전반이 바뀌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쉽게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아니 어쩌면 달성 불가능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부문과 산업 부문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급의 거의 완전한 탈탄소화가 필요하며, 동시에 산업, 수송, 건물 등 에너지 최종소비의 거의 완전한 전기화가 이뤄져야 실현될 수 있다.

먼저 에너지 공급에 있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2050년의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해야 하는 비율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정부계획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재생에너지 공급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공급기반이 신속하게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력망 설비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설비와 송변전 설비 건설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확보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12월 17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했고, 전기료의 연료비 도매가격 연동제, 환경비용 분리 고지, 주택용 전기요금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됐다. 전력요금제 개편 뿐만 아니라 적절한 과세 제도를 통해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정당한 비용을 국민과 산업계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건설과 송변전 설비 확충에 있어서 주변지역 주민들의 동의도 필수적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사업이 주민의 반대로 인해 빈번하게 좌초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있어 주민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문은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이나 석유 등과 같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계는 탈탄소화에 따른 산업경쟁력의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수반하는 비용은 1차적으로는 산업계가 감수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영향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산업, 수송, 건물 부문의 전기화를 위한 기술 개발, 설비 교체 등을 위한 비용을 전 사회가 어떻게 정당하게 분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에너지 분야 및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이종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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