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너지가 키워드, 패러다임 변화 기회로 삼을 것”

양산형 저압기기 육성 박차…‘Smart Solution Provider’ 역할 충실
2020년 흑자전환 성과, 체질개선·신사업 확대 지속

누군가 2020년 전기산업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을 써낸 기업을 묻는다면, 현대일렉트릭은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하다.

2019년 내내 적자에 시달리며 분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현대일렉트릭은 공직자 출신의 조석 사장을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영입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1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정상화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첫 외부출신 사장으로서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던 조 사장의 취임 일성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 고강도 긴축 경영 등을 통해 현대일렉트릭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현대일렉트릭 CEO로 선임된 지 이제 1년이 됐다.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소회가 궁금하다.

“지난 12월 임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을 통해 취임인사를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2020년은 쉽지 않은 한 해 였다. 취임 당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에 영입된 최초의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곧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긴장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다행스럽게도 연간 목표였던 ‘흑자전환’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아직 회사 체질개선이나 신사업 확대를 통한 미래의 먹거리 확보 등 여전히 남은 숙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2021년 경영 키워드나 화두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그 중에서도 올 한해 전력산업 분야에는 ‘친환경’이 조금 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전통적인 화석연료 축소와 신재생 에너지원 확대를 공언한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이미 선진 전력인프라 시장인 북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의 고객들을 시작으로 친환경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의무 규정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아시아, 중동 등지로 확대되는 시기 역시 더 빨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발맞춰 현재 추진하고 있는 관련 기술 개발이나 제품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다.

경영의 관점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얼마전 정부에서 제시한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장기비전과도 궤를 같이 하는 내용으로, 투명한 경영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담당 조직을 구성해 회사가 기후변화 예방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 중 회사 자체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것들 위주로 즉시 실행해 나가면서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0년 흑자전환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지속된 적자로 많은 임직원들이 지쳐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다행스럽게도 모든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 결과, ‘흑자전환’에 성공한 게 가장 주요한 사업 성과라고 생각한다. 독립법인 출범 이후 지속된 사업 효율성 제고, 유상증자 등 취임 이전에 선행된 자구 노력들이 흑자전환의 밑바탕이 됐다.

더불어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무리한 수주보다는 회사에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함으로써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검증된 품질의 제품을 합당한 가격을 받고 공급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전사적으로 진행 중인 체질개선 작업을 통해 구성원 각자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서 크고 작은 개선 아이디어를 발의하고 실행함으로써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책임감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현대일렉트릭은 독립 이후 유상증자, 인원감축, 자산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어떤 사업목표와 전략을 갖고 있나.

“올해는 양산형 저압기기를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저압기기는 그동안 대리점 등을 통한 간접 영업 형태로 판매하다 보니 시장에 대한 가시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본사 영업 조직 강화는 물론 해외 영업지사 설립 등을 통해 직접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자 한다. 저압기기는 당사가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사업과도 함께 공급될 수 있는 기자재인만큼 사업적인 시너지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압기기는 친환경 기술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이미 러시아에 공급 실적이 있는 가스변압기와 근시일 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물성 절연유 변압기, SF6 Free 차단기 등은 친환경 제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또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인도, 중국 제조사와는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통해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3차 대유행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데, 해외사업 목표와 전략이 궁금하다.

“2020년 초 코로나 사태가 발발했을 때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 시대의 생존 전략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그 중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 가지가 ‘비대면 영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현지화 전략’이다.

현재 직접 만날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제품에 대한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하여 배포하거나 납품을 앞두고 있는 제품의 시험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원격 입회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국가간 이동이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서 해외 지사 및 법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 해외 네트워크 및 파트너사들과도 긴밀히 협조해 현지에서 영업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납기 단축과 원가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특히 2019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이 향상된 알라바마 법인을 적극 활용해 미주지역내 단납기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본사의 친환경 변압기 설계기술을 이식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적극 부응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중국 양중법인은 고압차단기와 배전반, 중저압차단기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해 진입장벽이 낮으나 가격적인 문제로 참여하지 못했던 시장을 개척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최근 현대일렉트릭은 그린뉴딜, 에너지신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1년 기대하는 사업성과나 이벤트가 있나.

“현대일렉트릭은 한국 전력기기 제조업의 산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태양광, 풍력, 에너지효율화 등 다양한 관련 분야의 인력과 사업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친환경 발전 사업의 초기 개발단계부터 선제적 대응, 사업모델 수립 등 운영전략까지 이끌어 나갈 역량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만큼 그 역할을 한정짓지 않고 다양한 투자 개발사, 금융회사들과 협력을 통해 여러 형태의 사업모델을 수립해 가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반월시화산단의 스마트 에너지플랫폼 사업자 선정이나 미국계 신재생 투자사인 Pacifico (퍼시피코)와 MOU를 체결한 것들 모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행보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

▶2021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만 꼽는다면.

“기업의 목표는 분명하다.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단순하지가 않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전력기자재 일체를 공급하는 ‘Total Solution Provider’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이제는 비용과 효율, 환경을 총망라하는 ‘Smart Solution Provider’의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해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재도약 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전기신문 독자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지난 한해 코로나 사태로 많은 국민들과 기업들이 힘겨운 시기를 보냈는데 올 한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들이 분발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그 결실을 많은 국민들이 나눌 수 있는 만큼 올 한해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조석 사장 프로필>

▲1957년 출생 ▲전주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5회 합격 ▲통상산업부 공보과장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지식경제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생활산업국장, 자원정책심의관,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지경부 2차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현대일렉트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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