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자금은 마중물…민간사업 모델로 진화돼야”
“철강·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혁신 필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 가장 좋은 감축 수단
사회적 갈등·제도적 문제 전기요금 체계 개선 필요
녹색산업 키우기 위해선 기준・제도 개선 선행 필요

올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긴 항해를 위한 닻을 올렸다.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의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에코앤파트너스는 지속가능발전 전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지식기업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계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최근 대통령께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TV 영상을 보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추진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생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의 마음이 들었다. 지금이 아닌 10년 전이였다면 이렇게 갑갑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경쟁력 보호라는 이유로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계가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드는지에 따라 향후 재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내가 만약 기업 CEO라면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달라지는 여건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관점에서 추정해 보라고 지시하겠다. 현재의 비즈니스를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했을 때 오히려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규명해서 경영전략을 새롭게 정립할 것이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혁신적으로 변해야 할 산업은 발전과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에너지 가격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취약한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미래기술을 도입하고 생산 공정의 에너지 효율과 재생E 도입 등 공격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발전 산업도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E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상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이다. 변화관리 전략이 중요한데 가령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상향한다던가 LNG발전을 석탄발전에서 재생E 발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등 치밀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감축잠재량 측면에서 볼 때 건물, 수송 분야도 중요한 탄소중립 전략 분야라고 판단된다. 기존 건물의 그린리모델링,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 빌딩, 그린모빌리티(전기차, 수소차) 보급, 친환경교통 정책으로 건물·수송 분야에 대한 탄소 감축을 이끌 수 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이다. 그린뉴딜 전략과제에서는 강조되지 못했지만 최근 발표된 탄소중립 전략에서는 중요하게 표현됐다. 자원순환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찌감치 유럽은 그린뉴딜의 주요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음료 용기 1개를 만드는 PET 플라스틱 중 30%를 재활용 PET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다면 간단하게 계산해 신품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물론 폐플라스틱을 수거운반, 가공, 재활용 공정을 거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나오긴 하지만 Virgin 플라스틱을 석유자원에서부터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쏟아질 전기차 배터리, 물, 대기 오염물질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활성탄 흡착제 등 순환가능한 자원이 곳곳에 있다. 이들 자원을 재이용, 재활용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가장 좋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라고 하겠다."

▶어떤 것들이 산업의 녹색전환을 어렵게 하나?

"먼저 사회적 갈등이 있다. 산업의 녹색전환은 말 그대로 산업구조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당연히 수혜그룹과 피해그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와 피해그룹에 대한 구제 정책 없이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유럽의 그린딜에서는 ‘공정한 전환’에 무게중심이 있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최근에 애플이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에 방문해서 생산 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바꿀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기업이 구매하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다소 과장되기는 하나 생산 공장이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제공하기에 딱 들어맞는다.

전기요금 체계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우리나라는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비용이 충분히 발전연료의 원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또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원가가 전기요금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높다는 것도 어려운 숙제이다."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한 사례는.

"우리나라의 전기차 배터리는 정부 보조금 지급의 이유로 폐차 시 폐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안전하게 보관,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전기차 폐배터리는 성능이 80% 정도 유지되는 고부가가치 폐기물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저출력 장치, 전기차 충전소 등 활용 분야가 상당하며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카메이커, 배터리 제조사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자체 반납 의무로 관련 R&D조차 더딘 상황이다. 지자체 반납의무는 폐지 예정이지만 현재 등록된 전기차량은 기존 규제에 따라 지자체에 반납돼야 하는데 그 양이 지난해 9월 기준 등록된 차량을 기준으로 (7년 수명을 가정) 2027년까지 지자체 반납의무가 있는 폐배터리는 11.5만대, 이를 용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5.8GWh 규모로 이미 상당 수준이다. 폐배터리에 대한 안전기준,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품질 기준 등 제도적으로 선행돼야 녹색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뉴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반대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린뉴딜 재정이 끊기게 되면 녹색전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 재정투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업 설계가 중요하다. 가령 그린리모델링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그린리모델링은 기존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전국에 720만동의 기존 건축물이 있다. 모든 건축물을 재정자금으로 그린리모델링을 할 수 없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현재는 공공건축물, 취약계층 중심으로 추진 중인데 과연 이 모델이 민간건축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그린리모델링을 하면 운영관리비가 줄고 건축물의 가치가 상승해 임대료를 높일 수 있는 사업모델로 진화하지 않으면 자생적인 생태계는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사례가 있다. 생태공장, 클린팩토리를 지원하는 과제가 있다. 사업장에 환경, 에너지 효율 설비를 도입해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자 하는 모델이다. 이 또한 재정이 끊기게 되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이 추진하려고 할까? 확실한 인센티브가 연동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녹색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녹색금융 활용을 위해 힘써야 할 것들은?

"우선 녹색금융은 녹색전환을 위해 투자해야 할 곳과 투자하지 말아야 할 곳을 정하는 것(K-Taxonomy)이 기본이 돼야 한다. 과거 이러한 기준이 없었던 MB정권 때의 녹색금융은 그린워싱이 남발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녹색금융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다른 어떤 사업보다도 엄격한 규제와 규범 속에서 작동하는 듯하다. 투자하지 말아야 할 곳에 투자하지 않는 기준을 시장에서 먼저 적용할 금융기관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투자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환경정보 공개, 공시제도 강화이다. 환경문제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사례는 적시에 정보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다 배출 산업에 대한 전환 시 비용, 고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기업 스스로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전환 전략에는 투자비가 예상될 것이고 고용연계가 가능한지도 규명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재정정책과 금융지원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고용연계를 위한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74년생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환경부/KIEST 미래신기술 기획연구 자문위원(2007) ▲환경정보공개제도 검증심사원(2014. 9∼ ) ▲녹색성장위원회 제8기, 제9기 민간위원(2018. 4∼ )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회 위원(2019. 5∼) ▲한국에너지공단 해외사업 심의위원(2020. 4∼) ▲에코앤파트너스 대표이사(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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