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간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연말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2020년은 전기차 생산업체의 입장에선 기대가 컸던 한 해였다.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를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인 보급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국내 보조금을 노린(?) 해외의 브랜드 파워가 높은 고성능 전기차도 국내에서 출시되면서, 전기차 판매의 쏠림현상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급된 보조금의 상당 부분이 이 회사로 지급되자 일부에선 고소득자에게 세금이 들어간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어찌 됐던 요즘, 도로에선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엔진량의 대체가 있었단 이야기다. 필자가 저속전기차의 차종분류 연구를 수행하던 1998년 초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대중화가 성큼 다가온 느낌을 받는다.

올해 전기차 쟁점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전기신문에 게재된 기사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 그리고 “수소차 충전소” 등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전기차”는 약 1230건, “수소차”는 256건이었고, “전기차 충전기”는 약 230건, “수소차 충전소”는 114건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기사는 매일 3∼4건의 기사가 있었는데, 다른 언론매체를 포함하면 전기차 소식은 생활뉴스의 하나로 자리를 차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내용은 전기차와 충전기의 기술개발이 많았지만, 배터리 화제 등 차량결함에 관한 기사도 종종 있었다.

또 새로운 한 해가 올 것이다. 내년 전기차 시장은 부침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미국 대선 결과가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글로벌 정책 이슈인 ‘지구온난화’, ‘그린뉴딜’이 전면에 나올 것이 예상돼 전기차산업의 활성화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기회가 되듯, 또한 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년도 전기차 시장은 전기차 판매증가율의 둔화와 혁신기술에 의한 특정 전기차업계에 의한 판도 개편 등이 예견된다.

첫째, 국내외를 막론하고, 집과 차량을 나누어 쓰는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은 물론 중년층도 자동차 구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생산대수의 감소를 초래하여, 전기차 판매규모도 줄어 들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률 감소도 예견된다.

둘째, 전기차 구입에 따른 경제적 인센티브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올해 태풍 피해로 인한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로 인해 보건 및 복지 관련 지출도 대폭 늘었다.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보조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업체의 기술혁신에 의한 차량가격의 인하가 수반되지 않으면, 전기차 구매증가율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기차생산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끝이 없는 혁신을 해야 할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기차 혁신기술의 등장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과거 엔진차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동력장치나 사용연료도 비슷해 혁신적 기술이 등장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전기차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최근 일본과 독일의 완성차업체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조만간 양산하게 되면, 나머지 완성차업체들은 큰 파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기차의 대중화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엔진차나 친환경차를 구입하려는 모든 소비자에게 세금부담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산적 가치에 부과하던 기존의 자동차세는 존치하되, 에너지·환경 관련세목을 묶어 주행거리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자동차주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전기차 구입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던 구매보조금 제도는 소득 역진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모든 차량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되, 자동차를 이용할수록 운행비가 감소하는 세제로 전환하면, 고가의 외제 전기차 구입자에게 보조금이 쏠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사회적 측면에서도 주행거리가 줄면 대기환경오염은 물론 교통혼잡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황상규/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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