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락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
손정락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바야흐로 기후재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젠 우리 미래의 변수(variable)가 아닌 상수(invariable)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서서히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행동한다. 불과 몇 달 전에 경험한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한 기억들은 이미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편해한다.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하고, 사업자들은 경영상의 부담을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현실의 절박함에 대한 외침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탄소세 논쟁으로 새로운 세계 통상질서도 태동시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 수준이고, 에너지 과소비 산업 의존 국가이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결코 모른척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파리협약 재가입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 상황에서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의지와 함께 새로운 국제 통상질서에서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2050 탄소중립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냉소적으로 우려하는 것처럼 실현 가능한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하기에 길을 찾아야만 한다. 여러 수단이 동원되겠지만 관건은 기술이다. 필자가 90년대 초반에 막 개방된 구소련 지역 기술들을 찾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모스크바를 들락거릴 때였다.

어느 날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찾아와서는 자기들이 언젠간 닥칠지도 모를 거대한 유성의 충돌로부터 지구를 구할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영락없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독수리 5형제 모습이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독수리 5형제 기술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굳이 토마스 쿤(Thomas 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예측 가능한 기술로 인류의 미래가 전개된 적은 없다. 산업혁명의 태동이 그랬고, 전기가 세상의 밤을 밝히기 시작할 때도 그랬고, 로켓이 인류를 우주로 안내할 때도 그랬다.

20세기 반도체가 21세기 신세계를 열었듯이, 우리가 준비하기에 따라서는 21세기 중반 탄소중립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우리 곁에 당장 가용한 기술이 없다고 해서 30년 후 탄소중립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우리가 알고 있는 길도 많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로는 미래가 없다. 거대한 중앙집중적 에너지산업은 하루빨리 민첩한 분산형으로 바꿔야 한다. 공급과 수요의 경계를 허무는 에너지 IT 산업도 확대되어야 한다. 에너지 고립섬을 탈피하기 위한 동북아 슈퍼그리드도 이젠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알고 있는 길들을 미리미리 열어나가면 탄소중립을 위한 독수리 5형제 기술도 더욱 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은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제공해 줄 것이다. 필자는 이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개발투자전략 수립에 집중하고자 한다.

탄소중립을 실현시키면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려 한다. 미래는 그냥 오지 않으며, 노력하고 투자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준비하는 우리에게 반드시 길은 열릴 것이다.

지치지 않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필수, 관건은 기술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