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에 있었던 ‘2050 탄소중립’ 선언은 저탄소화를 넘어 탈탄소화를 향해 가려는 세계적인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천명한 것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설령 탄소중립 달성목표를 2050년으로 잡지 않았다 할지라도 결국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행보를 가야할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우리나라는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9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수출입총액/국내총생산(GDP))와 수출의존도(수출액/GDP)는 각각 63.5%와 32.9%였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세계 경제 상황에 국가 경제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미 EU와 미국, 일본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EU와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은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와 활발한 무역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어떠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 정책은 크게 직접규제와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으로 구분되며,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은 다시 수량정책과 가격정책으로 나뉜다. 수량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은 배출권거래제이며, 가격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은 세금정책이다. 우리나라는 탄소에 대한 직접규제로 목표관리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수량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인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이 직접규제보다 선호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들 사이에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배출권거래제의 다음 타자가 탄소세라는 식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과 현실 여건을 감안하여 비용효과적인 정책을 선택할 필요는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수량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배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여 한도까지만 배출권을 발행하고 그 발행된 배출권을 각 오염원들의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구입하거나 매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배출량을 정해진 수준으로 통제하기에는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배출권의 수요와 공급 수준에 따라 가격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특징이 있다. 단적으로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20년 할당배출권(KAU20)의 거래가격은 최저 17,800원에서 최고 42,500원까지 2배 이상의 변동이 있었다. 반면, 탄소세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상품의 가격을 높이고, 가격의 인상에 따라 상품 소비량을 줄임으로써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정책이다. 세전가격에 정부의 세율을 합산하여 세후가격이 결정되므로 제도로 인한 가격 불확실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바뀐 가격으로 소비가 얼마나 감소하고 그로 인해 탄소배출이 얼마나 감축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탄소세를 이용하여 탄소배출 저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거래 행태를 살펴가며 여러 차례의 세율 조정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책들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제한정책을 강화할 경우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세제의 활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최고가 기준으로 유럽의 탄소배출권(30.44유로)보다 더 가격이 오르기도 했고, 향후 유상경매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의 배출권거래제도 운용계획대로만으로도 유럽 기준에 다가가고 있다. 탄소세는 현행 에너지세제에서 탄소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면 이 또한 산업에 부담은 되겠으나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처럼 배출권시장 참여 산업에 대한 감세로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지상과제도 있으나, 동시에 산업계의 비용부담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함께 있음을 감안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탄소저감비용과 탄소배출에 의한 피해에 있어서의 불확실한 정도를 감안할 때도 수량제한보다는 세제의 활용이 사회후생에서의 사중손실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환경경제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재정학회 연구이사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회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한국판 뉴딜 실무지원단 자문위원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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