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시장침체 단순히 기업 손해로 끝나지 않아...기존 설비 책임 누가 지나"
그동안 수억원 개발비 무용지물돼…판로 막혀 신제품 연구도 중단된 상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무너지면 단순히 기업들이 넘어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깔아놓은 5GW 수준의 ESS 설비들에 대한 관리가 안되고 결국 방치된다는 거죠."

채용석 윌링스 전무<사진>는 "ESS 업계의 중소기업들이 망하면 그동안 진행된 사업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ESS 시장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방치로 인해 관련 분야 매출이 줄어들고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가 ESS 화재 이후 제대로 된 진흥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업 의지를 잃어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

윌링스는 2017년 이후 ESS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왔다. 전력변환장치(PCS) 분야에서 개발한 모델만 10여종으로, 특히 ESS 초기시장에 외국 기업에 의존해야만 했던 대용량 ESS를 위한 PCS를 개발해 국내 기술력 강화에 힘쓴 회사다.

국내에서 처음 화력발전소 주파수조정용(FR) ESS 사업을 추진할 때만 해도 대용량 PCS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서 외국기업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고 채 전무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윌링스는 2MW 규모의 대용량 PCS를 개발함으로써 ESS의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내년부터는 고압 기준이 1500V로 변경되면서 이에 발맞춘 3MW 규모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까지 세웠지만 현재 시장 침체로 인해 개발을 멈춰야만 했다.

"처음 ESS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연평균 200MW 수준의 PCS를 지속적으로 납품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30MW가 고작이네요. 2017년 이후 연구인력만 30% 충원했는데, 이들도 이제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ESS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그동안 들인 수억원의 개발비도 무용지물이 되는 거거든요. 앞으로도 판로가 없는 상태라 신규 개발이 어렵습니다."

그는 앞으로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가상발전소(VPP) 등 신규 사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ESS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VPP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력망 상황에 맞춰 신재생과 석탄, LNG 발전 등을 컨트롤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같은 사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에 ESS 설비를 연동해야 합니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도 ESS도 물량이 작아서 체감을 못하겠지만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면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안전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거든요. 정부가 머리를 조금만 쓴다면 ESS 설비에 충분히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로써는 안타까울 뿐이죠.”

지금과 같이 정부의 외면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국내에서 쌓아 온 기술이 끊어지고 기존 ESS에 대한 운영 및 관리(O&M)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돼,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게 채 전무의 지적이다.

"화재 이후 ESS 가동 현황을 살펴보면 거의 방치 상태입니다. 정부는 ESS 업계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업계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ESS 산업을 더 안정화하고 신뢰성을 구축할 것인지 고민해 왔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정책을 결정해 온 정부의 ESS 업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동안 ESS 시장 확대를 외쳐온 건 정부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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