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평 부사장의 월요객석) '건강한 기업시민으로서의 금융'과 그린뉴딜
작성 : 2020년 12월 03일(목) 16:54
게시 : 2020년 12월 04일(금)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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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혈액'은 영양분과 산소 등을 인체 각 기관에 공급해준다. 이 혈액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패혈증이 되고, 중성지방 등으로 오염되면 당뇨,고혈압 등 여러가지 질병이 생긴다.
이를 기업에 비유해보자. '혈액'은 '돈'이다. 돈이 산업현장으로 잘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경기침체, 실업증가 등 경제에 병이 들게 된다. '돈'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하지만 돈을 다루는 사람의 '탐욕'은 바이러스 처럼 돈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사회와 경제를 병들게 한다.
금융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잘 흐르게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나쁜 것은 '돈'을 엄청나게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산업현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즉 금융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나기도 했다. '탐욕'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한 결과이다. 펀드를 결성한 목적과 다르게 투자를 한 것인데 쉽게 말해 투자자를 속인 것이다. 가끔씩 이런 '탐욕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금융'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이 미래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내건 정책이 뉴딜정책이다.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이 산업현장으로 유입되도록 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금융'의 역할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금융에 있어서 '간접금융'(전통적 은행을 통한)보다는 주식, 채권 등을 통한 '직접 금융'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K뉴딜지수, K뉴딜펀드 등이 개발, 출시되고 있다. 고용창출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린뉴딜이 디지털 뉴딜보다 효과적이다. 그린뉴딜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 목적에 부합하는 좋은 투자처를 찾아내는 것이고 둘째, 리스크 헷징이다. 과거에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펀드 중 성공사례가 드문 이유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재생발전프로젝트는 그린뉴딜의 대표적 사업이다. 장기투자에서 따져야 할 핵심 요소는 투자수익과 리스크헷징이다. 태양광과 육상풍력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 재무적 성과의 핵심은 비용과 수익인데 '태양과 바람'은 연료비가 없다. 한계비용이 '0'이다. 반면에 수익은, RPS의무사업자(대형 전통 발전사업자)들과의 장기고정계약을 통해 20년간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고정계약금액은 전력도매시장가격(SMP)에 보조금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가격을 합한 것이므로 SMP가 하락하더라도 신재생발전사업자의 수익에는 영향이 없다. 따라서 사업리스크가 크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인 투자사업에 비해 자본비율이 낮아도 파이낸싱이 이뤄진다. 정부 예비타당성을 따질 때도 자본비율을 30%를 기준으로 하는데 반해 신재생발전프로젝트의 경우 10%이하인 경우에도 파이낸싱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투자에 매력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린뉴딜 사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핵심이슈는 REC 가격이다. REC는 신재생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으로서 수익성 담보의 핵심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전기요금에 포함돼 국민들이 부담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과제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그리드패러티의 조기 실현, 즉 투자비를 낮춰서 보조금(REC)이 없어도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투자비 수준이 높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REC 정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역으로 살펴보면 REC로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투자비의 절감에 대한 유인 동기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REC 제도는, 투자요인책이면서 동시에 REC 제도의 폐지를 지연시키게 하는 모순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재생발전프로젝트의 투자비를 낮추도록 하기 위한 방안 중 장기적 방안은 정부(지방정부 포함) 책임 하에 확보한 입지를 바탕으로 사업자들간의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토록하는 방안이다. 민원과 인허가 문제가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중기적 방안으로 REC장기고정계약의 구매 당사자를 현행과 같은 발전사업자가 아니라 판매사업자(한전) 또는 에너지공단 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이 또한 경쟁방식이어야 한다. 발전사업자의 경우 최종 부담주체가 아니므로 절감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기적 방안으로 '금융주도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사실 신재생발전프로젝트는, 석탄이나 LNG발전과 같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가 아니라 금융프로젝트이다. 품질이나 효율이 거의 표준화돼 있어서 기술적 이슈가 크지 않다. 남은 이슈는 바로 '금융'이다. 어떻게 하면 낮은 금리로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업관리를 잘해서 건설투자비(CAPEX)와 운영유지비(OPEX)를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에너지산업과 신재생발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건강한 기업시민으로서의 금융'이 사업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사업을 주도한다면 어떨까?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기자재 구매 및 EPC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을 잘 관리한다면 확실히 투자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한 이익은 다수의 투자자에게 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사례들의 축적과정을 통해 보조금(REC)의 폐지 시점 즉 그리드패러티를 앞당겨 실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법이나 규제의 방식이 아니라 비즈니스방식에 의한 그리드패러티 실현의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끝)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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