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클래식 스탯으로는 단연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자산비율(PBR)이 꼽힌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다.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과 같다. 흔히 낮을수록 저평가 됐다고 본다.

주당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으로 나눈 수치다. 보통 1.0 이하면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PER과 PBR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전기차하면 떠오르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지난 11월 24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시총 5000억달러 달성에 필요한 주가 527.48달러를 이날 개장과 함께 돌파했다. 12월 1일 현재 주가는 584.76달러, PER은 1208배, PBR은 35.34배에 달한다. 간단히 말해 테슬라의 모든 주식을 매입한 후 현재 수준의 이익을 지속할 경우 투자 회수기간은 1208년이란 의미다.

2003년 창업 후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낸 테슬라는 수 십년동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도요타나 GM, 포드를 뛰어넘는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최근 사기 논란에 휩싸이고 차 한 대 판 적 없는 수소차 업체 니콜라의 시총도 7조원대에 달한다. 두 회사의 공통분모를 굳이 찾는다면 ‘꿈의 기업’들이란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은 적자만 내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시총은 13조원을 훌쩍 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시총 52조원)의 PER은 145배 수준이다. 신약 개발과 바이오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주가에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요즘 각광받는 지표가 PDR(price to dream ratio)이다. 주가희망비율, 즉 전통적 지표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담은 것이다. 다만 객관적으로 검증된 PDR 계산식은 아직 없다.

○…다시 연말이다. 기업에게 연말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올해 사업을 따져보고, 내년 사업 예산을 정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하게 흘러간다.

기업들은 1년간 사업 성과를 돌아보고 경쟁력과 약점을 분석하면서 내년을 기약한다. 매출이나 수익 목표뿐 아니라 내년도 사업방향과 비전도 설정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꿈과 희망을 우리는 ‘비전’이라고 부른다. 경영의 궁극적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주식시장에서 매일 직접 가치를 평가받는 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은 내부 구성원과 시장이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PDR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세상은 꿈과 비전을 기업의 가치로 인정해주는 시대다.

비전은 계량화할 수 없는 일종의 비공표 무형자산이다. 인지도와 평판, 고객 충성도, 잠재적 시장 규모, 포트폴리오 확장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허나 영업권 등 기존의 무형자산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비전은 재무제표에서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눈에 결코 보이진 않지만 우리는 이미 비전이 곧 가치가 되고, 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기계 기업들이 제시할 내년도 비전이 더욱 기다려지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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