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DR 낙찰량 ‘역대급 급락’ 속
자발적DR 연착륙, 패스트DR 시작 등 선방
플러스DR 도입 등 7차연도 매우 중요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던 6차연도(2019 12월 ~2020년 11월)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거래시장이 마무리됐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공장 등 고객사 전력 소비가 크게 줄거나 공장 가동 자체가 안 됐던 탓에 DR시장도 같이 얼어붙어 참여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 성과도 있었다. 자발적 DR제도가 연착륙했고 패스트 DR도 새로 시작했다.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도 존재감을 키워 전력거래소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다사다난했던 6차연도 DR시장을 되돌아본다.

◆코로나19 정면으로 맞은 DR시장...낙찰량 95% ‘급락’

DR 사업자들에게 2020년도는 그야말로 최악의 한 해였다. 올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정부 감염 지침에 의해 참여 고객의 공장 및 사업장들이 멈추거나 운영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4월이 되면서 눈덩이가 돼 시장은 ‘역대급’ 급락을 맛봤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제성 DR 낙찰량은 전월 대비 –95% 수준이다. 3월 낙찰량 3만3986MWh의 5%(1773MWh) 정도만 낙찰됐다는 것이다. 감축량도 전월보다 93%가 줄었다. 3월에는 5만192MWh를 감축했는데 4월에는 3559MWh밖에 못했다.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DR제도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아낀 만큼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공장을 돌리지 않으니 전력을 줄일 것도 없고 DR을 할 수도 없다. 줄어든 전력 소비는 고객기준 부하(CBL)를 낮추기까지 해 악순환은 계속됐다. CBL은 감축일 이전, 최근 평일 며칠간의 평균전력 사용량의 예측값이다. 이런 흐름은 5월, 6월에도 이어지고 7월, 8월이 돼서야 조금씩 살아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고객사가 당장 공장을 돌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DR을 운영하기 너무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자발적 DR·패스트 DR 도입, ‘진화는 계속된다’

6차연도는 자발적 DR시장 중심으로 제도가 전면 개편된 첫해다. 정부는 참여 실적과 무관하게 등록용량에 따라 일괄 지급되던 기본 정산금을 감축 실적에 따라 지급하도록 손봤다. 피크수요 DR, 미세먼지 DR 등을 신설하고 자발적 입찰 기회를 늘렸다. 제도 적응을 위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세심하게 제도를 다듬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DR시장의 세계적 흐름과 제도 실효성을 위해 냉가슴을 앓으며 참여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제도는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첫 달인 12월, 1월 경제성 DR 실적이 전년보다 높게 나왔다. 지난해 1월보다 낙찰량은 143% 늘었고 감축량도 130% 정도 증가했다. 겨울이라 전력수요가 높아 실적이 잘 나온 측면도 있지만 사업자들이 제도 정착을 위해 경제성 DR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 말에는 패스트(Fast) DR도 시작했다. 패스트 DR은 수요와 공급이 불안정해 급작스럽게 전력계통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전력 차단 등으로 이를 해결하는 DR 자원이다. 지난 3월 신보령 1호기 급정지 시 발생했던 태양광인버터 정지에 의한 주파수 하락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패스트 DR은 속응성(신속히 응답) 자원이기 때문에 자원 구성도 일반 DR과 다르다. 수초 안에 사업장 전력 차단과 몇 분간 운영 정지가 가능한 자원만 들어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자원 구성에, 전력거래소는 정산금 기준 등 관련 제도 수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도 도입 추진 과정에서 기본급 없는 정산금, 높은 설치비용 등 여러 문제도 있었다. 협회 차원에서 사업자와 고객사 권익을 위해 강력하게 건의한 결과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차연도부터 기본급 지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대답을 끌어내기도 했다. 제도는 올해 11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8개 회원서 20개로...자리 잡은 협회

전력수요관리협회의 활약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명목만 유지하던 모습에서 정부 정책에 의견을 내고 더 나아가 제도 수립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자발적DR 도입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정부는 국정감사 단골 지적사항인 기본급 지급 문제를 풀어보고자 과감하게 실적 위주 시장으로 개편을 단행하게 된다. 정산금 틀 자체가 바뀌는 상황이라 고객사들에 혼란을 주기 충분했다. 이에 협회는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했고 결국 6개월의 유예기간을 이끌어 낸다.

협회 활동은 ‘하계 감축시험 간소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코로나 펜데믹에 수출길이 막히고 감염으로 공장이 멈추는 등 고객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협회는 여름철 전력수급을 대비해 시행하던 ‘하계 감축시험’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이때 8개에 불과했던 회원사는 20개로 늘어나고 회원사를 결집시키며 감축지속시간 1시간, 추가등록 자원 시험 면제 등 ‘간소화’를 얻어낸다.

전력수요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이름도 바꾼다. 직관성이 떨어졌던 기존 수요관리사업자협회라는 명칭을 버리고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패스트 DR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부에 세미나를 제안하고 제도 수립 때는 의견을 결집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7차연도 DR시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시장의 어려움을 안고 패스트DR의 안착과 플러스DR 등 새로운 제도 도입까지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차연도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협회장과 이사진이 짊어져야 할 무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일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장(에넬엑스코리아 전무)은 “차기 협회 회장단은 엄중한 DR 현실에서 기존 협회가 만들어 놓은 20개 회원사 체계를 유지하며 결집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패스트DR 등 유연성 자원의 중요성을 정부에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리더가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 회원사.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 회원사.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