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기조 유지 유력…현지화 없이는 공략 한계

지난 2017년 이후 수년간 약세를 면치 못한 전력기자재 미국 수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자재 대미 수출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과 일치한다.

특히 2016년 27억7039만 달러에 달하던 수출액은 2018년 19억1605만 달러에 그치며 불과 2년 만에 무려 30.8%나 급락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소폭 반등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프라 투자 확대, 친환경 수요 증가, 예측가능한 실용주의 노선 등을 점치며 전력기자재 대미 수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다만 보호무역을 의미하는 ‘Buy America’ 정책노선을 유지하면서 원산지 기준강화와 자국산 우대 등에 나설 경우 수출 환경이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막연하고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란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가운데 핵심으로 손꼽히는 자국산 보호정책은 국내 전력기자재 수출에 치명적으로 작용해왔다.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판정과 관세 부과, 벌크전력시스템, 변압기 부분품 등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등이 대표적이다.

반덤핑 관세는 대미 변압기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12년 7월 원심 이후 8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미 상무부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국내 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한 고압변압기(60MVA 이상)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별로 작게는 15.74%에서 많게는 60.81%에 달하는 관세율을 부과 받았다. 이와 별도로 해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물고 있다.

더구나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10% 이내이던 반덤핑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최대 60.81%로 폭등했다.

반덤핑 이슈 여파로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3사가 주도하는 대미 변압기 수출은 곤두박질쳤다. 초고압을 포함해 2010년 4억달러 규모에 달하던 변압기 수출은 2019년 1억6737만달러에 그쳐 9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곤 매년 수출이 감소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9월까지 1억176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9.4% 줄었다.

외국산 전력기자재 수입과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의 ‘벌크전력시스템(BPS; Bulk-Power System)’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 조사’도 대미 수출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 기조와 관계없이 수출 확대를 위해 ‘현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처럼 미국 생산법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병일 전기산업진흥회 상무는 “한미 FTA로 인해 미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연방 조달벤더 등록시스템인 SAM에 등록해야 하는데, 원산지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현지화외에는 뾰족한 솔루션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말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변압기 생산법인인 ‘현대 파워 트랜스포머 USA(Hyundai Power Transformers USA, Inc.)’의 증설을 마친 상태다.

효성중공업도 지난해 말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MEPPI)을 465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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