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낙찰가 이하 적어도 탈락한 사업자 속출
현물거래도 장기고정가격계약도 갈 길 잃어
기존 설비 대한 불공정한 입찰 제도 개선 요구

하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 무리한 탄소인증제 도입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하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 무리한 탄소인증제 도입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사례1 충북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 A씨는 이번 2020년 하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500kW 이상 1MW 미만 구간에 kWh당 136원의 가격으로 입찰을 실시했지만 낙찰을 받지 못했다. 해당 구간의 평균낙찰가격은 137.8원으로 kWh당 1원 낮은 가격에 입찰을 했어도 낙찰을 받지 못했다.

2017년 말 사업을 시작한 A씨는 그나마 현물시장가격이 한창 좋던 시절의 맛은 보지도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막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kWh당 120원을 호가하던 시기에는 판매하기에 충분한 REC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후부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바람에 눈치만 봐야 했다.

REC는 3년이 지나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지난겨울 급하게 1년분을 매각했다. REC 가격이 이미 바닥을 친 시기다.

계속해서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다.

그 사이에 REC와 계통한계가격(SMP)의 동반하락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현물시장에서 팔아봐야 합쳐서 90원 겨우 받는 가격이 됐다. 2017년 REC 가격만 kWh당 120원 하던 것을 생각하면 침울한 상황이다.

당초 SMP+REC 가격 160원을 계산, 회수기간을 9년 정도로 설정하고 시장에 뛰어든 A씨는 최근 지나치게 낮아진 수익성 탓에 15년은 돼야 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설비 수명을 20년 정도로 예측하는 것을 생각할 때 수익도 거의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평생 걸려 모은 노후자금 13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나마 땅을 갖고 있는 게 있어서 대출은 9억원만 끼고 들어갔죠. 지금은 대출 이자도 겨우 갚아요. 땅을 갖고 시작한 저도 이런데, 땅까지 매매해서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사례2 법인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B사는 MW급 발전소로 이번 입찰에서 kWh당 138원의 가격으로 입찰, 평균가격 139.4원 대비 1원 이상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낙찰을 받지 못했다.

해당 발전소는 올해 1월 준공해서 SMP+REC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게 B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REC 가격이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kWh당 100원대였고 지금은 30~4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예상 수익이 반토막 났다는 것.

당초 사업 수익성 분석을 굉장히 철저하게 진행했던 B사는 kWh당 160원 정도의 가격을 설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SMP+REC 가격은 100원도 되지 않아 답이 나오지 않고, 장기고정가격계약시장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회수기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B사 관계자는 “준공 시점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격이 가장 낮을 시점에 입찰에 참가한 건데 이미 많은 금액을 들여 투자한 사업자는 홀대를 받고, 이제 막 준비를 하는 사업자들은 이번 입찰 기준을 보고 모듈만 국산으로 바꿔서 혜택을 받는 상황이 됐다”며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잘못한 게 없음에도 회사에서 죄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사례3 경남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건설 중인 C씨 역시 노후자금을 들여 제2의 인생으로 태양광 사업을 선택했다. 500kW 이상 1MW 미만 구간의 입찰에 참여한 C씨가 적어낸 가격은 kWh당 134원이다.

구간 평균낙찰가격 137.8원 대비 3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적어냈지만 낙찰되지 않았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신규 설비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정보가 비교적 부족했던 탓에 탄소인증제품을 사용하지 못했다.

탄소인증제품을 사용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들은 탓에 주변 지인들의 분위기를 파악해 아주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 C씨는 3원이나 낮은 가격에도 낙찰이 되지 못해 앞으로 입찰 시 어느 정도의 기준을 두고 가격을 적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SMP+REC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어려움을 겪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정부가 현물시장을 벗어나 장기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해당 입찰마저 탄소인증제 도입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지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낙찰이 어려워진 상황이어서다.

기존 사업자들은 현물시장에서도, 장기고정가격계약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빠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은 2020년 하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입찰의 설비용량별 평균 낙찰가격은 ▲100kW 미만 15만6223원 ▲100kW 이상 500kW 미만 13만4731원 ▲500kW 이상 1MW 미만 13만7843원 ▲1MW 이상 13만9405원/MWh로 정해졌다. 전체 평균 선정가격은 14만3682원이다.

올 상반기까지 대부분 구간별 평균 낙찰가격보다 낮게 가격을 적어낸 사업자들은 문서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장기고정가격계약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실상 가격이 입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는 “도무지 기준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유난히 많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낙찰평균가격 대비 낮은 가격을 적어내도 탈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지난 7월 정부가 도입한 탄소인증제에 따른 평가항목이 이번 입찰에 적용되면서, 입찰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에 따른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1등급 제품에 10점 만점을, 2등급에는 4점, 3등급 혹은 등급 외 제품에는 1점의 배점을 적용했다.

문제는 아직 발전소를 건설하는 신규 사업자의 경우 뒤늦게라도 탄소배출량 검증을 받은 1, 2등급 제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기존 사업자의 경우 모두 등급 외 처리가 된다는 점이다.

입찰 시작부터 10점과 1점으로 9점의 차이를 안고 가야 한다는 것.

이미 입찰 전부터 사업자들은 평가항목의 불합리함을 입찰을 주관한 에너지공단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개선책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업계는 철학 없는 정부의 태양광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REC 가격 폭락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2017년 1REC당 12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4만원대, 3만원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REC 가격에 더해 전 세계적인 저유가 현상으로 인해 SMP까지 동반하락하면서 현물시장에서 거래하는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4일 REC 평균가격은 kWh당 30.67원으로 20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SMP 평균가격도 kWh당 50.46원으로 합쳐서 81원 정도 가격밖에 되지 않았다.

현물시장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을 위해 대출받은 비용에 대한 이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정부는 올해 장기고정가격계약입찰 물량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 하반기 500MW 정도였던 물량을 올해 상반기 1200MW, 하반기 1440MW로 대폭 늘려 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장기시장 진입을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탄소인증제 배점 도입을 밀어 붙여 결국 기존 사업자들의 갈 길을 다시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사업자들에게 장기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 이동을 권하면서, 다시 길목을 좁힌 셈이다.

업계는 장기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탄소인증제 배점을 개정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태양광 사업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 등을 대상으로 집회를 예고하면서 눈길을 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최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많은 돈을 들여 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량을 검증받은 탄소인증제품에 밀려 불공정한 입찰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태양광 사업자들의 주장과 관련 입찰을 주관한 에너지공단은 추후 입찰에서는 신규 설비와 기존 설비를 나누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입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최선의 입찰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게 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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