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이 곧 경제정책"...8개 대표과제 등 총 29개 과제 공식 제안
물가 인상, 이해당사자 대립 갈등 예상 “체질개선 없이 탄소경제 덫 못 벗어나”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위원장이 선정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위원장이 선정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경유세 인상, 전기요금 개편, 석탄발전 폐지 등 보다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기존 탄소경제 정책으로는 범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 경제패러다임 전환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 인상으로 인한 국민적 반발 및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돼 과연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반기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구가 더 이상 버틸수 없는 티핑포인트로 가기 전에 먼저 변화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경제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탈탄소 없이는 암초에 걸려 수출도 할 수 없고 경제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준비한 제안은 기존 사회 경제적 체질을 2050 탄소중립과 지속가능 목표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그리고 당장 실천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첨예한 쟁점대립이 예상되는 8개의 대표과제와 기존 정부정책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21개의 일반과제 등 총 29개 과제로 구성됐다.

대표과제는 ▲2030년 미세먼지 감축목표 설정 ▲지속가능발전-녹색성장-기후변화를 아우르는 국가비전 마련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경유세 인상)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 전원믹스 개선 ▲전기요금 개편(환경비, 연료비 반영) ▲미세먼지-기후변화 연계 다자제도 구축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 국가 통합연구기관 설치 등이다.

이 가운데 경유세 인상, 석탄발전 감축, 전기요금 개편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기후환경회의는 경유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진원지로 보고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현재 100:85에서 OECD 평균 수준인 100:95 내지는 OECD 환경성 권고 수준인 100:100 정도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경유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1000만대 경유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석유업계는 경유차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다 정확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후환경회의는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도 제기했다. 환경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현재의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과소비를 유발하고 국제 연료비 변동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새로운 요금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비용 반영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하고 급격한 변동을 막기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전기요금 인상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 수용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 4월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일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인 석탄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45년까지 완전 폐지를 제안했다.

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발전분야 미세먼지 발생량 중 석탄 비중이 40.4%로 가장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2045년까지 전면 폐쇄하거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 구성도 제안했다.

석탄발전 폐쇄는 공기업의 경우 별다른 반발이 없겠지만 신규 건설 중인 민자 석탄발전은 막심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중부발전의 신서천(1000MW), 고성그린파워의 고성하이 1·2호기(2080MW), 강릉에코파워의 강릉안인 1·2호기(2080MW), 삼척블루파워의 삼척 1·2호기(2100MW) 등 총 7.26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 7기가 건설 중에 있다.

기후환경회의는 이번 제안 과제 선정을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100여 차례에 걸쳐 분야별 전문위원회·포럼과 5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예비 및 종합토론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단 대다수가 필요성에 동의했고 설문 결과 국민들도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고 기후환경회의는 설명했다.

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1차로 제안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수립된 바 있어 이번 제안도 대체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기문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 걸음에 동참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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