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연간 수출액인 1267억달러(약 14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조만간 배터리가 반도체를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미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의 연 수출액은 넘어섰고, 2018년 우리나라 수출액 680조원 중 16%에 이르는 규모다. 배터리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이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ESS 화재로 인해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일부 손상을 입었는데, 최근에는 잇따라 전기자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내기업이 생산한 배터리가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까 우려된다.

전기차 시장은 매년 40~5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ESS 시장 또한 2023년엔 131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이 자동차 메이커들은 2025~2030년을 기준으로 전동화의 비중을 최대 10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다. 국내에서도 자동차의 전동화 바람은 거세질 전망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경유세 인상을 정부에 정식 제안할 계획이다. 경유차가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 빈자리는 전기차가 차지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5.1%로 전년 동기의 16.2%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기술 우위를 확실하게 선점한 국내 배터리가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사태로 이어지고 있어 천문학적 비용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포드의 유럽 판매용 쿠가 PHEV 모델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3만여 대 리콜이 진행 중이다.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에서도 총 14건의 화재가 발생해 국내 2만5500여 대와 해외 5만1000여 대 등 총 7만7000대에 대한 리콜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간 국제 소송전도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결국 시장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자동차에서 앞서 배터리 기술을 선도했던 ESS도 국내에서 발생한 잇따른 화재로 성장중에 멈춰서며 어쩡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최선의 수단이 ESS가 될텐데 화재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자체가 화학물질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위기극복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려하는 것은 ESS 화재 이후로도 관련 연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우려에 대한 실천이 필요하다. 또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배터리 3사 협력이 중요하며, 경쟁은 필요하지만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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