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인수와는 구별되는 개념

채무인수란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원래의 채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합니다.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와 중첩적 채무인수, 이렇게 두 가지가 있고,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기존 채무자의 권리관계에 영향이 크므로 실무에서는 이 두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면책적 채무인수란 기존의 채무자는 채무관계에서 벗어나고,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제3자인 인수인에게 옮겨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채권양도가 채권이 기존의 채권자에게서 새로운 채권자에게 옮겨가는 것이라면 면책적 채무인수는 채무가 기존의 채무자에게서 새로운 채무자에게 옮겨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채무자 변경’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중첩적 채무인수란 기존의 채무자가 채무관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채무자가 추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의 채무자가 채무관계에서 벗어나지만 중첩적 채무인수는 기존의 채무자가 여전히 채무자로 남는 점에 핵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 추가’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첩적 채무인수는 병존적 채무인수라고도 합니다.

명책적 채무인수와 중첩적 채무인수는 위와 같이 기존 채무자가 채무관계에서 벗어나는지 여부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또 한 가지 큰 차이는 면책적 채무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을 요하지만 면책적 채무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을 요하지 않습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채무자가 변경되는 것이므로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신용상태에 따라 채권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중첩적 채무인수는 채무자가 추가되는 것이어서 채권자에게 불리할 것이 없으므로 동의를 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컨대 채무자 A의 전재산이 1억원인데 전재산이 5000만 원인 B로 채무자가 바뀐다면 채권자에게 불리한 것이므로 동의가 필요하지만, 채무자 A에 B까지 채무자로 추가된다면 채권자로서는 오히려 유리한 것이므로 동의가 불필요한 것입니다.

실무상으로 면책적 채무인수인지 중첩적 채무인수인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어느 쪽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중첩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채권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채무인수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계약인수가 있습니다. 계약인수란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관계로부터 탈퇴하고 대신 제3자가 계약관계의 당사자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채무인수는 특정 채무만을 인수할 뿐이지만 계약인수는 계약당사자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A가 B에게 공사대금 1억 원의 공사를 발주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C가 A의 계약인수를 하였다면, 이제부터는 C와 B가 공사도급계약 당사자가 되어 C는 B에게 공사이행청구권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대금채무도 있게 됩니다. 반면 C가 A의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하였다면 여전히 A가 계약당사자이고 C는 공사대금채무만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상과 같이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 중첩적 채무인수가 있고, 계약인수는 채무인수와는 구별될 수 있습니다.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신중하게 살펴 계약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경준 전기공사공제조합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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