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투자주체와 방식 거대한 변화 속 “차별화 역량 선보일 것”
C&D(Connect&Development) 통해 고객의 ‘Quick–Win’ 추진

전력기기 국가대표 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일렉트릭(대표 조석)이 전력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그린뉴딜 시대에 발맞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발전, 송배전 사업은 물론 태양광, 풍력, 전력변환장치, 2차전지 등 다양한 사업역량을 앞세워 그린뉴딜 선도 기업으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에너지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종환 전무(배전영업부문장)에게 그린뉴딜 비즈니스 전략과 비전 등을 물었다.

▶한국판 뉴딜이 화두다. 전력 제조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뉴딜 정책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이전부터 에너지산업은 이미 4차 산업의 흐름에서 Electrification과 Digitalization의 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에너지효율화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효율화 등을 통해 에너지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량 기준 세계 5위의 에너지 다소비국가다. 정부가 주도하는 그린 뉴딜은 큰 변화이며 시기와 방향성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적 추이를 볼 때 그리 빠른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라는 큰 과제와 맞물려 친환경발전, 에너지효율화, 분산발전과 DC배전의 증가, 전기차, ICT기술의 도입 등 에너지산업은 다양한 도전을 만나고 있다. 한국판뉴딜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모델을 어떻게 제시해 나가느냐라고 본다.”

▶현대일렉트릭이 설정한 그린뉴딜 시대의 사업방향은 무엇인가.

“그린뉴딜 시대의 산업 변화는 현대일렉트릭의 사업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변화를 주목하는지부터 우선 설명하고 싶다.

첫째,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던 시기와 비교해서 우리의 기존 주력제품이었던 송전·수주제작 제품 대비 배전·양산형 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에너지솔루션 부문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시장에 대한 채널전략과 이에 걸맞은 운영체계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무척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투자주체와 방식의 변화다. 과거 전력설비 투자는 확정된 계획에 맞춰 수주하고 가장 경제적인 원가로 제작·납품하는 제작 위주의 단순 비즈니스였다. 이는 전력에 대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정부나 대형 유틸리티 회사가 의사결정을 하는 시절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에너지산업은 투자주체와 방식에 있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민간자본투자의 비중이 늘어나고 투자모델이 다양해지면서 기술기업이 개발 초기단계부터 사업과 기술모델을 개발하고, 유지보전, 금융에 대한 보증 등 사업 전(全) 주기에 관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수주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모델 개발, 프런트 엔지니어링, 지자체 등에 대한 사업모델 제안 등 전방사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겠다. 현대건설, 퍼시피코와의 사업협력이나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업무협력 등도 좋은 사례다.

셋째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플랫폼 구조가 전력산업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안전하고 값싸면 그만이었던 제품은 이제 친환경적이고 콤팩트해야 하고, 여러 기능을 가지고 원하는 데이터도 제공할 수 있도록 스마트해야하고, 에너지절감도 해줘야 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스마트기기와 에너지솔루션이 담긴 플랫폼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일렉트릭은 스마트배전반을 포함해 새로운 DC 배전솔루션과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플랫폼 분야에서도 조만간 새로운 모델을 시장에 제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그린뉴딜 시대 전략적 방향성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내가 가진 기술, 내가 만드는 제품에만 스스로를 한정짓지 않고, 사업개발, 프로젝트 운영, 에너지효율화 등 다양한 사업모델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할 것이 있다면, 이제 내부의 지적재산과 외부의 지적재산을 결합(Connect)해 더욱 뛰어난 제품을 개발(Development)하는 개방성·확장성을 포함한 C&D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도 다 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새로운 시장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지고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린뉴딜 분야에서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인가.

“그린뉴딜이 가져올 새로운 시장에서 기업들이 제시해야 할 것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아니다. 투자매력도를 올리고 정책변화를 도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과 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술역량이다.

현대일렉트릭은 발전, 송배전, 전력변환 등을 모두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실제 발전소 투자 및 운영 경험도 있고, 태양광, 풍력,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업력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판뉴딜과 관련한 계열사 간 시너지도 중요한 차별화 역량으로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연구원과 현대일렉트릭 R&D센터는 한국의 연구기술을 주도해왔고, 선박, 해양설비의 제어기술은 세계 일류다. 선박과 해양은 그 하나가 거대한 플랜트이자 독립된 전력소비단위다.

이 분야의 많은 선도업체들이 Vessel Energy Management에 대한 사업경험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확보한 기술력과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분산전원, 전력제어, 차세대 전력망과 ESS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스마트에너지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타 산단에 참여한 통신사나 전력기업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반월시화는 국가산단 중에 가장 크고 오래된 대표산단이다. 입주기업의 수나 전력소모량에서도 단연 가장 큰 규모다. 아무도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을 단순히 ICT인프라 정도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현장상황, 제반 기기정보, 전력의 공급과 수요형태를 고려해서 고객에 제안할 수 있는 솔루션이 모두 연결돼야 비로소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이다.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은 잠재력 있는 많은 파생 프로젝트로 연결될 수 있고, 빅데이터, AI 등 이전에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새로운 ICT가 추가돼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데이터를 정의하고, 적정 수준의 기술을 적용, 고객이 수용가능한 수준의 투자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제품과 계통을 아는 우리만이 할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제품을 알고, 고객을 알고 에너지솔루션과 계통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있다. C&D를 통한 다양한 기술의 발빠른 차용, 적정기술과 투자모델의 제안을 통해 고객의 ‘Quick–Win’을 제안해 나가겠다.”

▶평소 업무나 조직관리 철학이 있다면.

“사업은 시장에 반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특히 전력산업은 관련 법과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각각의 제품에 머무르지 말고, 고객의 입장에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라고 항상 강조한다. 고객은 항상 보다 간단하고 편리한 것을 원한다. 고객의 니즈와 효용을 파악하고 하나의 솔루션과 시스템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판 그린뉴딜 및 우리의 신사업모델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에너지다소비국가이자 우수한 전력품질을 가지고 있다. IT 강국이면서 제조업기반도 훌륭하다. 이제 한국에서 지멘스, ABB와 같은 전력솔루션분야의 ‘Top Tier Company’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해봤어?’ 정신을 강조해야 할 때다. 경계를 넘는 전략적 사고는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 ‘먼저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태도가 창의적인 전략을 끌어낸다고 믿는다.”

He is..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

▲’96~ 현대건설㈜ 입사(총무/관재/사업개발/영업)

▲’07~’14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경영지원부장

▲’15~ 현대중공업㈜ 기획실 자산운영팀장(상무보)

▲’17~ 현대중공업㈜ 기획실 자산운영팀장 (겸) 자산관리부문장(상무)

▲’19~ 한국조선해양㈜ 자산관리 부문장(전무) 겸 현대일렉트릭 배전영업부문장(겸) 태백·창죽·귀네미 풍력발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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