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철도 43년 인생, 자부심이 뒷받침”

“전기철도는 제 삶의 터전이 됐습니다. 어렸을 때 집안형편이 썩 좋지 못해 선택했던 전기철도라는 길이 평생의 일이 된 거죠.”

최정현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 안전혁신처 부장<사진>은 지난 1977년 철도청에서 시작한 전기철도 인생을 최근 마무리하고 있다. 43년간의 직장생활이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1974년도에 첫 전철이 개통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기철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부장은 한국의 산업화 초기 전기철도가 경제발전을 이끈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산업화 당시 연료로 사용됐던 무연탄의 생산지 대부분이 강원도 산지와 같이 험난한 곳들이었습니다. 이때 태백선의 전철화를 통해 강력한 전기기관차를 투입하지 않았다면 수도권의 수요를 맞출 만큼 무연탄을 수송하기 힘들었겠죠. 이 같은 모습을 신입 때부터 지켜봐 온 만큼 전기철도인으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팔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은퇴를 앞둔 최근까지도 철도업계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경인복복선, 동해~강릉 간 전철화 사업, 경춘선 복선전철 신설공사 등 다양한 공사에 참여했던 그는 최근 금정변전소 신설사업의 전기 분야를 총괄했다.

기존 금포변전소를 이전, 금정변전소를 신설하는 이번 사업은 운행선 상에서 이뤄진 최초의 변전소 이설 사업이라는 게 최 부장의 설명이다.

철도공사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 중 하나가 운행선 공사다. 이미 철도가 운행하는 구간 내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모든 운행이 종료된 새벽 시간 3시간 정도밖에 작업시간을 확보할 수 없어서다.

특히 금정변전소는 운행선상에서 시행한 첫 이설공사였던 만큼 기존에 참고할 만한 프로세스가 전혀 없었다. 앞으로 이뤄질 공사의 첫 번째 참고사례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새롭게 절차를 만들어 낸 셈이죠. 최근 변전소 이설 공사가 몇 군데 더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우리 현장을 주목했습니다. 여태 참가했던 현장 중 평생 기억에 남는 곳이 될 겁니다.”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편한 현장만 찾아다녀도 좋았겠지만 이처럼 어려운 현장에 자진해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적극성’을 강조하는 그의 성격 덕분이다.

무엇이든 회피하지 않고 부딪혀 나가는 성격 덕분에 새로운 절차를 만드는 공사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기술력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게 목표다. 더 많은 공부를 통해 선배들이 키워온 전기철도 기술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후배들에게 늘 공부를 강조해요. 선배들이 그동안 전차선 자재 159개에 대한 국산화 등 많은 일들을 했죠. 이제는 후배들이 선배들의 노력을 이어 가 더 나은 기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앞서 나가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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