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명시장이 중국에게 잠식당했다는 사실은 관련 종사자라면 대부분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다. 값싼 중국 부품들을 들여와 조립하면 단순히 국산 부품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큰 폭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워낙 싼 값에 만들다보니 중국제품은 불량품, 질낮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업자들 사이에서 퍼져있기는하지만 오랜 건설경기 둔화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원가를 낮춰야 하는 입장에서 매력적인 옵션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산 제품이 국내 제품을 뛰어넘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각자 인식하는 시기는 다르지만 중국 조명산업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국내 제품을 능가했으며 이제는 공장을 돌리는 것 보다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대리점을 차리는 것이 더 수익이 난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조명 산업을 키우기 위한 예산이나 물량들이 결국은 중국 조명 산업을 키우게 했다는 한탄도 나오는 이유다.

만약 ‘중국 제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가 있었다면 어땟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같은 공산품인 승강기를 예로 들 때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는 고강도 규제로 부품 인증을 강화했다. 승강기 부품인증은 승강기 내부 핵심 부품을 따로 인증을 받도록해 저가 제품 사용을 막은 예시다. 승강기 업계는 부품인증에 더해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저가 제품이 퇴출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승강기는 조명보다 안전이 더욱 중요한 제품이고 업체 입장에서 규제가 강화된다는 사실이 달갑지는 않겠지만 질좋은 조명 제품을 생산하고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규제를 강화해보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명 업계는 중국 제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고부가가치화를 뽑고 있다. 스마트조명처럼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요지다.

하지만 스마트조명이 대중화된다는 것이 일반 LED조명 사용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조명은 스마트조명대로 일반조명은 일반조명대로 시장에서 유통될 것이 당연하다.

일부 업체가 스마트조명 시장으로 우선 앞서나간다 하더라도 중국 업체들을 영원히 따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마트조명에 소프트웨어는 국산이더라도 하드웨어가 여전히 중국산 제품이라면 결국 스마트조명 시장도 중국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같다.

중국산 제품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저렴하고 질좋은 제품으로 국내 제품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점점 작아지는 국내 시장 파이에서 업체들이 방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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