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구역전기제도, 심야전력요금제도의 공통점은?

장밋빛 청사진으로 포장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에너지 정책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도입 당시에는 대외적인 명분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클린디젤은 정부가 디젤차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로 분류해 보급을 장려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각국의 친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탈 디젤’은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18년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해야 했다.

2004년 도입된 구역전기제도도 도입 당시에는 정부가 분산형 전원의 확대와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본래 의도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 시장에 민간기업들을 유인하려는 것이어서 결국 한전의 견제 속에 구역전기사업자들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1985년 시작된 심야전력요금제도 역시 낮시간대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분산하고 전기사용이 적은 심야시간대 수요를 증대시켜 전력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처음에는 적극 권장하다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맞다고 판단했던 게 지금은 틀린 것으로 판명된 정책들이 꽤 있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있긴 하다.

현 정부의 ESS 정책도 몇 년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우리나라가 ESS 보급을 급격히 늘린 건 사실 배터리와 에너지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30차례가 넘는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정부가 결국 ESS를 방치하는 대신 수소 육성으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ESS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지금 당장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LG화학, 삼성SDI 등 ESS에 배터리를 공급해 온 대기업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별로 걱정이 없다. 그래서 정부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수록 ESS의 필요성은 점점 커진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ESS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전력계통 운영에 ESS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ESS 산업이 망가지고 나서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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