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는 장애물이 없을 때에만 직진하도록 설정된다.

그런데 만약 자율주행 중 트레일러가 자동차 앞을 가로질러 지나갔지만 차가 멈추지 않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사고는 트레일러 사이의 공간이 가로막혀 있지 않아 자율주행 차가 전방에 장애물이 없다고 인식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기존 정상기능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소티프(SOTIF; Safety Of The Intended Functionality)’다.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 욕구 증가와 관련 사업들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시험인증기관도 관련 규격들에 주목하고 있다.

시험인증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동화가 세계적 추세인데, 특히 2018년도에 자율주행 기술 테마가 급부상하면서 소티프도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우리 기관도 소티프는 자율주행의 정상기능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수차례 진행하는 시나리오 기반 테스트를 통해 발생 가능한 사고를 예측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진행해야 하는지, 법제화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을 일곱 바퀴 반을 돌 정도가 돼야 소티프가 가능하다는 말도 나와 시뮬레이션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제 규격에서는 자율주행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ISO PAS 21448 소티프를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아직 소티프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기술 구현보다는 기능 구현이 안전한지에 대해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당장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만 매진해 이 같은 검사를 외면하거나 최소한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한 업계 전문가는 “목적과 성과를 위해 상대적으로 이슈화되지 않는 시험인증은 건너뛰는 게 현실”이라며 “관련 기능들이 설계 초기 단계에서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기능을 넣거나 규정돼 있는 것만을 최소한으로 지키고 관련 산업의 개발 투자는 번외로 생각한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소티프의 경우 자신들이 개발해 이미 구현한 기술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찾는 것이라 꺼린다”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제 규정에 맞춰 시장 선점이 돼야지 요행만 바라서는 대거 리콜과 인명피해, 나아가 시장 퇴출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주행 관련 산업의 공급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제도에 대한 관심의 척도는 산업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이 자동화 바람을 타고 등장한 소티프에 대한 관심과 요구의 변화가 필요한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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