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강력한 허리케인과 산불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에 비해 허리케인은 10년간 약 3배가 증가했고 산불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난과 피해 급증을 기후 변화로 인한 결과로 단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미국의 전력회사의 손상비용과 수입 감소는 14억불정도 발생하고 있으며 2050년 경에는 23% 증가한 17억불정도 소요될 것으로 미국 국가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와 EIA가 예상하고 있다.

미래 연구 기관들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미래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지금보다 더 혹독하고 더 자주 홍수나 태풍, 화재와 같은 기후 변화 피해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전력회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를 시작해야 하고 특히 전력회사 장기 전략에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보고서에서는 최근 코로나 관련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종식 되더라도 다시 예전으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력산업도 기존의 기후변화 리스크에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사회 전망 특히 디지털 경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험 관리 방안으로 지난 카트리나 태풍의 영향으로 송전선의 대부분이 상실된 New Orleans Entergy 나 Con Edison사 같은 전력회사처럼 기존의 송전선 강화에 투자를 하여 재해에 대한 준비와 회복에 중점을 둔 기존의 송전선을 강화하는 방안이 최우선적이지만 많은 전력회사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시스템 이용 최대화, 그리고 마이크로 그리드 같은 새로운 전력 시스템 도입 등 단순히 송전선 강화를 뛰어 넘는 디지털 경제에 부합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맥킨지는 “전력산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 라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확산으로 발전분야에서 화석 연료가 사라지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분산형에너지 시스템이 대량 보급되면서 기존의 전력산업 가치 사슬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반영한 전력산업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전력산업의 정의에서의 핵심적인 부분은 에너지 저장장치이다. 배터리로 알려진 에너지 저장장치는 지금까지는 전기 자동차에 부착되어 전기 자동차와 함께 미래 수송분야를 선도할 기술로 알려져 있으나 이제는 에너지 저장 장치가 태풍이나 폭우, 산불 등에 의한 송전선 붕괴에 기여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인식되면서 규제기관의 우호적인 요금 제도와 첨두부하를 줄일 수 있는 전력회사들의 에너지 저장 장치에 대한 인센티브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으로 주택용 배터리가 각 가정에 폭발적으로 설치되면서(미국의 경우 매년 80% 정도 성장) 비용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는 다시 보급을 촉진시키는 전형적인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어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배터리의 비용하락의 가속화는 이러한 가정용 저장장치의 도입 증가에 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그리드나 BTM(Behind the Meter)이 각 가정의 수익을 창출하는 킬러 어플리케이션 (Killer Application)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기술 (Enabling Technology)이 바로 에너지 저장 장치인 배터리이다. 에너지 저장장치의 비용이 계속 하락하면서 마이크로그리드나 BTM등이 더욱 확대되고 이는 다시 저장 장치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전형적인 선순환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가져 올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 전력 산업은 배터리 중심의 새로운 산업으로 재정의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에너지 저장장치가 미래 에너지 산업에서의 가치 및 역할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도 이러한 미래의 새로운 전력 산업 정의에 맞도록 송전선 강화와 함께 배터리 이용 확대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되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리스크와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안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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