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지난 8월 1분 30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내놓았다. 이 영상에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가진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얘기한다. 자동차는 상징적인 산업이다. 전기차를 통해 우리는 다시 시장을 찾아올 수 있다고 말이다. 바이든 후보는 오랫동안 미국의 노조가 지지해온 사람이다. 자동차 산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노골적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다. 미국 내 다수 매체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누르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에도 그랬다. 세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물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외교와 경제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의 모습은 과거와 달랐다. 때로는 유치할 정도로 미국의 국익에 노골적이기도 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어느 정도 ‘익숙한’ 미국으로 돌아갈 듯하다. 경제정책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후보의 경제정책은 증세와 대규모 친환경 공공 투자가 핵심이다. 비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카드를,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법인세 인상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 규모도 민주당 정부에서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환경만큼은 별로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 집권 후 격화된 미·중 갈등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현재 양국 관계는 최악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대중 관계는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가안보가 산업·통상 정책과 연계된 이상 양보나 타협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장악하게 되면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원래 노조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은 미국 내 일자리를 앞세우며 공화당보다 보호무역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산업정책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국 내 기업활동 지원과 해외 생산시설의 미국 내 이전을 추진했던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이미 안보위협에 대비한 공급망 보호 강화, 자국 기업과 자국 내 생산제품에 대한 차별적 우대를 공언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범위나 방법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과 안보 관련 전략 품목의 생산 기반 및 기술 주도권을 구축한다는 목표는 같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당연히 그동안의 정책 기조는 이어진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궤도의 수정까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스타일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때로는 유치한 수준으로 미국의 국익을 내세웠다. 바이든도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험악한 말을 조금 덜 하기는 할 것이다, 그게 전부다. 다만 북한 문제에 대한 처리 방식은 확실히 방향을 틀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폭력배’로 지칭했다. 대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은 더 까다로울 수 있겠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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