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법이 과연 근로자보호를 위한 입법인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계약 기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계약 기간이란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기간을 의미하며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는 자동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근로계약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근로계약 기간과 관련한 법의 태도는 과거에는 강제노동 및 신체구속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강조됐다. 개정 전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근로자의 계속 고용에 대한 필요성이 더 중시되면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2007년 기간제법이 제정돼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계약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2년 이상 연속해 계속 고용할 수 있어 고용 수급의 자율성과 탄력성 어느 정도 보장됐다. 그러나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 계속 고용할 경우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다 보니 사업주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해진 것이다. 정년까지 보장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든지 아니면 2년 까지만 사용하고 내보내야 하는 두 가지 방법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간제법에서는 2년을 초과해 고용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그 범위는 매우 좁다.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 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외적인 조항을 두고는 있다.

기간제법 제정으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에 따른 사업주 부담이 커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낮다. 건설사업장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의 시기(시작일)만 명시하고 만료일은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주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년 이상 계속해 사용한 후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해 법적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상당히 많다. 모두 기간제법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근로계약 기간의 중요성은 근로관계의 종료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근로 계약기간 중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다.

즉, 무기계약직의 경우 정년까지 의무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야 하며,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계약의 경우 그 기간의 만료일까지는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근로계약을 기간제로 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규직으로 정할 것인지 여부는 향후 인적자원관리 및 법적 분쟁 발생시 방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유능한 직원을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계약을 해야 할 것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정규직으로 채용할 형편이 안 될 경우에는 기간제로 계약을 해 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를 쉽게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한 직원을 기간제로 계약을 하게 되면 놓칠 우려가 있고, 능력이 검증이 안 된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되면 두고두고 회사의 짐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경직성이 높은 우리나라 노동환경에서 근로계약기간은 그나마 고용의 자율성, 즉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를 주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부터 무기계약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수개월 또는 1년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반복적인 계약갱신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로자의 업무태도와 능력이 미흡하거나 기업 형편상 계속해서 고용할 수 없을 경우 계약갱신을 하지 않음으로써 합법적으로 근로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간제법 제정으로 인해 사업주의 고용의 자율성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다 보니 더 쓰고 싶어도 2년까지만 사용하고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입장에서도 기간제로 몇 년 더 계속해 일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2년만 일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항이 돼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기간제법상 근로계약 기간 규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것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 웃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입법도 중요하지만, 입법은 기업과 국가경제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단순히지지 세력의 환심과 표를 얻기 위한 졸속입법은 국가경제를 망치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공멸하게 할 뿐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고용의 경직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치권에서는 두고두고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입법 노력에 대해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미국의 일반적인 고용방식인 임의고용(at Will)과 유사하게 해고의 자유가 보장돼 고용의 유연성이 매우 높다. 어려운 여건하에서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그나마 버티고 자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밧줄이다. 그 밧줄마저 이제 끊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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