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변동성 잡아 줄 ‘동반자’로서의 석탄발전
대규모 발전보다는 주파수 조정 수단으로 사용
새로운 가스발전소 건설보다 기존 설비 활용이 더 효율적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은 원자력·석탄발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발전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전기를 많이 쓰는 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상승한다면 전반적인 국가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이 두 발전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전충환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석탄발전의 역할은 바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필요성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하는 화력발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은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이다. 석탄발전의 갑작스러운 퇴출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에 30~35% 레인지를 줬다. 사실 과거 에기본에서는 이처럼 범위가 제시된 적이 없다. 전문가들에게도 이 문제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발전 분야는 원자력, 석탄, 가스, 심지어 신재생까지 뿌리가 연결돼 있다고 본다. 두부 자르듯이 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를 무조건 퇴출하는 것만으로 신재생발전량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다 알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정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는 엑서지(exergy)가 낮아 효율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신재생을 전력망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석탄·가스발전이 이 단점을 보완해줘야 한다.

지금 정부의 방향은 신재생에너지 양의 보급에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양의 보급에 초점을 두면 망의 불안정성, 정전사태를 피할 수 없다. 석탄을 더 많이 쓰자는 게 아니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하는 것이다. 4차산업과 첨단산업은 높은 품질의 전력을 요구한다. 공급 변동성은 높아지는데 높은 품질을 만족할 발전원이 무엇일까. 정부가 폐지하려고 하는 노후 석탄화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석탄이나 가스발전이 결국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간헐성을 흡수해줘야 하는데, 신재생 자원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화석연료가 필요 없다고 접근할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변동성을 잡아줌으로써 안정적인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백업 전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신재생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동반자가 석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탄발전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50만㎾급 표준석탄화력은 30년 가까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효율 대비 1~1.5%p 수준밖에 효율이 감소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발전5사가 거의 비슷한 수준의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표준석탄화력이 굉장히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설비 역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꾸준히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손상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발전설비를 정책에 따라 폐기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목표치 기준, ‘덕 커브’에 따른 출력변동은 25~30GW 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100만㎾급 발전기 30기가 유연 운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전기는 출력이 일정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게 좋지만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 부하에 따라 주파수, 전력, 전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발전기 출력을 감소시켜줘야 한다.

독일에서는 전력량을 공급하는 것보다 주파수를 조정하는 보조서비스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 독일의 석탄발전기는 전력을 많이 생산하는 기능으로부터 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능으로 다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석탄발전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전력산업의 주연이 석탄발전이었다면 앞으로는 때에 따라 매우 잘하기도 하고, 하기 싫다고 무대를 벗어나기도 하는 배우가 주연이 될 것이다. 연극은 계속 진행돼야 하는데 갑자기 주연이 빠지면 누군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그 역할이 석탄발전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조연이지만 주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유연 발전이다.”

▶외국의 에너지전환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우선 미국의 경우 폐지한 석탄발전은 30만㎾급 중에서도 45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기다. 30만㎾급 이상 석탄발전기 대다수는 유연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듀크에너지 같은 경우 크게 두 가지 사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석탄발전소 대신 가스복합을 신규로 짓는 사례고 다른 하나는 석탄발전기를 개조해서 가스를 연료로 증기터빈을 돌리는 사례다. 미국은 가스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0기 이상의 석탄발전기 연료를 가스로 전환했다. 석탄과 가스의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해서 상황에 따라 석탄 100%, 또는 가스 100%를 연료로 활용해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하면 이산화탄소도 줄이고 유연 발전도 가능하다.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의 사례가 많이 참고되는데 독일은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다. 유럽이 신재생 비율을 더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그리스, 폴란드, 체코 등은 석탄발전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전력망이 다 연결돼 있어 독일이 핀란드, 노르웨이에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당겨온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어 한국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도 중국, 몽골과 전력망을 연결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좁은 국토면적에 태양광·풍력이 몰려 있어 한 번에 단락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미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유연 발전자원을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노후 석탄화력의 경우 LNG발전소 대체건설, 유연 발전원으로 사용, 미국처럼 기존 설비에 연료만 전환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3분의 1씩 나눠서 유연 발전, LNG 전환, 혼소발전기 운영 등을 다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석탄발전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에는 리스크도 분명히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리스크가 있다. 가스를 한국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급격한 가격변동에 대응할 수 있겠나. 2034년까지 갔을 때 설비용량으로 보면 신재생이 40%, 가스가 30%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급격히 가스값이 변화하는 경우 대응력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에너지 안보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이전에는 경제성이었고 지금은 환경성이 모든 이슈를 다 잡아먹고 있다. 한국은 95%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므로 어떻게 보면 자연적인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은 맞다. 그러나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유연 발전자원이 꼭 필요한데 그 자원이 가스로 너무 쏠리면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가스발전을 확대하더라도 산업적인 측면을 봤을 때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국내 150기 이상의 가스터빈이 다 외국산인데 2034년까지 가스터빈을 교체하면 한국형 가스터빈으로 교체할 수 있을까. 경쟁체제에서 한국형 가스터빈만을 써줄 순 없지만 기술이 성숙하는 속도와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잘 맞지 않으면 낙수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에너지전환이라는 게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중요한 산업적인 경쟁력, 또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청정한 전력산업으로 전환되는 데 일조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너무 느리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정책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우리가 늦게나마 출발한 한국형 가스터빈이 자칫하면 온실가스는 많이 감축하겠지만 산업을 다 놓칠 수도 있다.”

◆He is...

▲부산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학부장) ▲청정화력발전에너지연구소 소장 ▲중국 칭화대 해외석좌교수 ▲포스코 전문(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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