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하에서 불리한 채권자에게 유효한 수단 될 수 있어

이미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채무자가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빼돌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채권자로서는 이러한 경우에 채무자의 재산을 확보해 채권에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러한 목적으로 민법이 인정하고 있는 수단이 사해행위취소권 또는 채권자취소권입니다(민법 제406조).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는 우리 법체계상 채권회수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실무상으로도 매우 흔히 사용되는 수단입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이 인정되려면 우선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사해행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컨대 채권자 A가 채무자 B에게 1억 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채무자 B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경우입니다. 채무자 B가 증여한 후에야 채권자 A의 채권이 발생한 것이라면 사해행위취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사해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사해행위란 말 그대로 채권자를 해(害)하는 행위라는 뜻인데, 채무자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들의 채권을 전부 변제하기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채권자들의 채권을 전부 변제하기에 부족한 상태에서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입니다.

① 예컨대 5억원의 아파트 1채, 3억원의 토지 1필, 합계 8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채무자 A가 채권자 B에게 4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5억원의 아파트를 타인에게 증여한 경우 채무자 A의 재산은 3억원이 남게 돼 4억원의 채무를 갚기에는 부족이 발생하게 되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② 또한 예컨대 5억원의 아파트 1채만을 재산으로 보유한 채무자 A가 채권자 B에게 7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이미 채무초과인 상태에서 아파트를 타인에게 증여해 재산의 감소가 있는 경우에도 사해행위에 해당하게 됩니다.

③ 반면 5억원의 아파트 1채, 5억원의 토지 1필, 합계 10억원의 재산을 소유한 채무자 A가 채권자 B에게 4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아파트를 타인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아직 5억원의 토지가 남아있어 4억원의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해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경우에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실무상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이므로 중요합니다.

예컨대 5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채무자 A가 채권자 B에게 3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5억 원의 아파트를 매도한 경우, 채무자 A는 5억원의 현금이 생겼으므로 재산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현금의 특성을 감안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은 이외에도 법적으로 세밀한 검토사항이 요구되지만 채권자에게 기본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는 현행법 하에서 유효한 수단이므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턱대고 행사하는 경우에는 엉뚱한 소송이 돼 소송비용만 부담할 수 있으므로 해당요건을 신중하게 검토 후 행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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