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취업 시즌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취업 시장이었다. 올해는 더하다.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대학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대학졸업생의 예상 취업률은 44.5%다. 지난 5년 동안은 취업률이 62%에서 64% 사이였다. 정부의 실업률 통계를 보면 어려움이 확인된다. 코로나 19 장기화 여파로 8월 취업자 수는 27만 명 넘게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계속 줄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긴 기간이다.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유통업은 물론이고 숙박이나 음식점업, 제조업에서 모두 취업자가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9%로, 2013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치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일자리 상황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70~80% 수준이다. 유럽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채용공고가 20% 이상 줄었다. 영국의 경우는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구글이 제공하는 통근 및 교통 수요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식당 예약률도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고 소식은 끝이 없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항공과 에너지 업계에서는 아메리칸에어라인이 1만9천 명,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역시 1만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2위의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도 직원 9000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앞으로 최소한 10만명 이상 해고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는 2만8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밝은 신호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9월 민간부문 고용이 사상 최악 충격에서 벗어나 다섯 달 연속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3월과 4월 두 달 동안 2000만 개 이상 줄어들었던 일자리가 그 뒤 5월부터 1000만 개 이상 늘었다. 9월 실업률도 7.9%로 지난 4월 고점이던 14%대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물론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실업률 하락의 배후에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에서는 통계로 드러난 실업률과는 달리 실질 실업률은 11%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정이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는 대개 정부가 돈을 풀어댄 덕분이다. 흔히 재정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늘리면 노동시간 손실은 0.8%포인트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 여력은 이제 서서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자리 위기의 실상은 ‘실업’보다는 ‘노동시간 손실’을 통해 더 잘 드러난다고 한다. 노동시간 손실 추정치를 일주일에 48시간 일하는 일자리로 계산해보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 세계적으로 5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노동소득은 11% 정도 줄었다.

고용 시장 여건이 정말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07년에 시작된 금융위기의 경우 성장률은 제법 빨리 회복했지만, 일자리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10년 이상 걸렸다. 일자리 사정은 아직도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선진국들은 여름휴가를 지나면서 다시 어려워졌다. 세계의 일자리 상황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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