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부문 BM 계수 통합 적용 방안에 업계 거센 반발
연료 세제개편・석탄화력 조기 폐지 등 중첩규제에 신음
전기요금 인상 불 보듯 뻔하지만 관련 논의 없어 ‘답답’

석탄화력발전소(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석탄화력발전소(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제3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계획안을 계기로 그동안 계속되는 규제를 감내하던 석탄발전업계가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지난 21일 환경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벤치마크(BM) 계수 적용 방식, 외부사업 제출 한도 등 두 가지가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환경부는 이날 계획안을 통해 ▲2024년부터 전환부문에 동일한 BM 계수 적용 ▲외부사업 제출 한도를 배출권의 5%까지, 해외사업은 그중 50%까지 인정 등의 계획을 밝혔다.

BM 계수와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연료별 BM 계수를 적용하는 안(1안)과 2024~2025년에 동일한 BM 계수를 적용하는 안(2안)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라 석탄발전업계의 반발을 샀다.

공청회 직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통해 연료별로 다른 BM 계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전은 “연료 특성의 근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계수를 일괄 적용할 경우 발전사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을 저하시키고 과도한 배출권 거래비용을 발생시켜 전기요금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2024~2025년에도 연료원별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출권 중 일부를 무상할당하는 제도의 경우 통합 BM 적용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통합 BM 적용 시 가스발전은 과잉배출권 혜택이, 석탄발전은 무상배출권량 급감에 따른 비현실적인 감축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발전업계에서는 외부사업 제출 한도를 5%로 축소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21일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진수 남동발전 기후환경실장은 “상쇄제도 제출 한도는 현행 10%도 부족하다”며 “대부분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으로 이뤄지는 상쇄 사업에 따라 수요가 줄고 공급량도 저절로 줄어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전등을 LED로 교체함으로써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그 혜택을 상인들에게 돌려주는 남동발전의 외부사업을 소개한 김 실장은 “내년부터 이 사업을 확대하려고 조사까지 했는데 제출 한도가 5%로 축소된다는 소식에 보류된 상태”라며 “상쇄사업 확대를 통해 전 국민이 동참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안과 2안이 강하게 충돌하자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통합 BM을 적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안 교수는 “석탄발전업계는 통합 BM이 적용된다면 체감상 100% 유상할당과 똑같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100% 유상할당과 똑같은 효과를 주면 일부 석탄발전소는 ‘준공 후 30년’이 되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석탄과 가스의 BM 계수 차이를 타임라인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석탄발전업계가 퇴로를 마련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석탄발전, 계속되는 중첩 규제에 ‘침울’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전환을 이뤄내야 하는 대상이지만 과거와 현재 한국의 가장 중요한 발전원”이라며 “지금까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의 주역이던 석탄화력을 대상으로 하는 토사구팽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 석탄발전업계의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다. 새로운 규제가 적용될 때마다 한숨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발전연료 세제개편을 통해 유연탄에 부과되는 세금이 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인상된 가운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인해 1년 중 4개월간 석탄화력발전 가동·출력을 제한하는 조치가 정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연내 발표 예정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가동 후 30년이 지난 석탄화력발전설비를 과감하게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외국에서 40년 이상, 길게는 60년까지도 사용하는 석탄화력발전설비를 30년만 사용하고 폐지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손해다.

발전사들은 앞으로 10~15년 정도 사용할 석탄발전소에 옥내저탄장 등 환경설비를 보강하는 데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비효율적인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비용과 편익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국회에서는 해외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환경단체가 해외석탄발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발전사들은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헤쳐나가는 데 어려움도 겪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돼 공사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에 대한 비판도 점점 거세지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은 앞으로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으로 발전사의 판매단가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석탄화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렇게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BM 계수를 통합하는 안이 제시되면서 석탄발전업계는 각종 정책이 일방적으로 ‘석탄 죽이기’에 매진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을 발전단가에 포함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어 석탄발전은 발전단가 상승으로 급전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런 중첩 규제에 참다 못해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BM 계수가 통합된다면 회사가 재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석탄발전에 대한 중첩되는 규제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사회적 논의 필요

발전업계에서는 석탄발전에 대한 일련의 규제가 쌓이고 쌓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발전연료 세제개편을 통해 발전단가 상승을 겪은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비용으로 또 한 번 발전단가가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소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조기에 폐쇄하는 동시에 남은 기간동안 활용할 환경설비 개선비용까지, 경제급전 하에서 석탄발전을 몰아내기 위해 각종 비용을 석탄에 부과하고 있다.

외부비용을 내재화하는 것은 시장실패를 예방하는 방법이지만 그 전에 꼭 필요한 게 바로 사회적 논의다.

지난해 전체 발전량의 40.4%를 석탄발전에 의지해 온 국내 발전업계에 석탄발전단가 상승은 더욱 크게 느껴질 텐데, 결국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일반 가정과 산업계 전체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발전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 대 신재생’ 공방과는 별개로 ‘국가 경제 대 기후환경’을 주제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도 국내에서 이런 논의가 겉도는 이유로 “경직된 전기 소매요금 탓에 환경비용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깨끗한 공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러나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전반전인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다면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수급, 전기요금 인상, 산업계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발전업계 종사자의 일자리 상실, 발전소 주변 지역 경제위축 등 부작용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석탄발전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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