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과 에너지전환 민간투자로는 한계 공감
망 중립성 훼손·독과점 폐해 등 불공정 경쟁 부담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한전과 반대하는 측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정부와 국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면담하고,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 허용을 담은 전기사업법과 한전 공대 특별법의 정기국회 통과와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개편 등에 관해 여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산업협회 등 재생에너지업계와 발전 관련 회사들도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서구갑)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한해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린뉴딜과 에너지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전력계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민간 기업만으로는 투자가 어려워 한전이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으로는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내겠다고 내세우지만, 한전의 속내는 송배전설비에 대한 공적 역할을 넘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글로벌 유틸리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발전사업 진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실적이 없다 보니 과거 해외에서 수행한 재생에너지사업은 대부분 실적이 저조했다. 물론 이미 발전자회사 등과 SPC를 통해 신재생 발전사업을 수행 중이지만, 한전으로서는 직접 단독으로 국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해외로 진출하려는 심산이다.

아직 법 통과 전인데도 불구하고 부사장 직속으로 해상풍력사업단을 신설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도 과거에는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 직접 진출 시 발전·송배전·판매를 동시에 수행하게 돼 전력산업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해 왔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김정일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허용의 경우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망중립성 등의 이유로 조건부 수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발전사와 민간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정경쟁 원칙을 훼손하고, 발전사업 진입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전이 발전사업에 진출할 경우 망중립성 훼손, 독과점의 폐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데는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현행 전기사업법은 경쟁도입을 목표로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도록 했는데 한전만 예외적으로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공정경쟁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배전분할 및 판매사업 경쟁도입도 동시에 논의해야 전기사업법 취지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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