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교수의 금요아침)상식 쿠데타
작성 : 2020년 09월 22일(화) 14:25
게시 : 2020년 09월 24일(목)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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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常識)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고 국어사전은 말한다.
보통 논쟁을 하거나 사소하게 다투다가도 상식은 최후의 보루로 서로의 포용력을 넓혀주곤 해왔다. 철저하게 법에 근거해 결정해야 하는 법관이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험과 계산에 의해 답을 내야 하는 과학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일상에서의 판단을 상식에 의존한다. 상식을 바탕으로한 판단은 촘촘한 잣대로 재단하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나올 수 있지만 웬만하면 큰 틀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듯하다. 감사원이 원칙대로 감사하고 권력이 잘못 행사되는 것을 지적하는 게 상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감사원장에게 국정운영 방향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소리친다. 선거를 관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립과 공정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인 줄 알았는데 선명하게 한 편에 서있는 인물이 선거관리위원 후보로 당당히 나선다.
초등학생들의 저금통까지 기꺼이 깨서 들고 온 후원금은 약속했던 대로 사용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정인의 계좌로 들어가고 쓰임새가 모호해도 문제제기하며 흥분하는 쪽이 오히려 눈총을 받는다.
정책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알고 있던 상식이다. 그런데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표된 정책을 뚜렷한 이유나 결정 과정 없이 백지화시키고, 공약을 방패로 시뮬레이션 한 번 없이 백년대계를 산산조각 낸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동등한 지위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상호 견제하며 협력하는 게 상식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내키는 대로 공무원을 불러대고 속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공무원은 국민 대신 의원나리 눈높이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서 일할 사람은 됨됨이와 능력을 보고 뽑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편인지, 집은 몇 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잘못을 지적당하면 기분은 좀 상해도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일단 발뺌하고 도리어 화를 내며 다른 사람의 구석구석까지 후벼 파 폭로하는 게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언론은 사실을 알리고 사회를 감시하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미처 관심 갖지 못한 이슈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사실의 한쪽만을 보여주고 의도적으로 선전·선동에만 몰두한다. 중요 이슈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소모적인 논쟁거리를 토해낸다. 전문가는 자신의 식견을 소신껏 밝히는 게 상식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뻔히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거나 정권이 원하는 대로 기꺼이 앵무새가 되는 걸 부끄러워하지도 못한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나랑 다른 걸 틀린 것으로 치부하는 건 말 그대로 틀린 거다. 다른 걸 틀린 거라고 손가락질 하며 내편 네편을 가르는 건 가해지만 틀린 걸 다름으로 포장해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억압이다. 만약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건 몰지각이다.
옳은 것과 그른 것 그리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것을 분별할 줄 아는 게 상식이다. 그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옳다고 우기는 것은 위선이다. 싫기 때문에 옳은 것이 명백함에도 그른 것으로 낙인찍어 몰아가는 것은 폭력이다.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그건 몰상식이다.
권력엔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책임은 던져버린 채 권력만 휘두르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권력에 품격이 더해져야 비로소 국민을 보듬을 수 있다. 품격을 삭제한 권력은 오히려 국민을 숨죽이게 만든다. 약자가 강자를 감시할 때는 공정이 싹틀 수 있지만 강자가 약자를 감시하게 되면 공포가 엄습한다.
상식은 분명 불변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단번에 바꿀 수도 없다. 갈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포용하게 만드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 권력이 해야 할 일은 이게 가장 시급하다.

프로필
▲에너지위원회 위원 ▲외교부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전력학원 이사 ▲과총 과학기술현안대응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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