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정식 시행, 가칭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 주주들 불만, 증권가 “투자금 여력 확보” 긍정 평가

LG화학 충북 오창 배터리 생산공장.
LG화학 충북 오창 배터리 생산공장.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로 분사하기로 했다. 주가는 물적분할 소식이 나온 전날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신설법인의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인적분할을 기대했던 주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의 분할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지분 100%를 갖는 물적분할 방식이며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신설법인명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정해졌다.

LG화학은 이번 회사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적분할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앞으로 신설법인을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 및 판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플랫폼(E-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설법인의 목표 매출은 2024년 30조원 이상이며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신설법인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G화학 주가는 배터리사업 분할 소식이 나온 전날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0만원대이던 주가는 지난 15일 72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물적분할 소식이 처음 나온 16일 68만7000원으로 떨어졌고 이사회 결정이 이뤄진 17일에는 오후 13시 63만원까지 떨어졌다가 64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인적분할을 기대했으나 지분을 받을 수 없는 물적분할로 결정되자 보유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총 100GWh의 생산규모를 갖출 예정이고 수주잔고도 150조원이 넘는 세계 1위의 배터리 업체로 성장했다. 2위인 중국 CATL사의 시총이 8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신설법인의 주식가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LG화학 주주 토론방에서는 “배터리 보고 산 거지 플라스틱 보고 산 거 아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샀더니 BTS(방탄소년단)가 이적한 셈” “물적분할 반대 주총 열어야 하는거 아니냐” 등이 불만이 쏟아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화학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8669억원으로 화학 6637억원, 배터리 1701억원”이라며 “분할 배경과 향후 방향성을 고려할 때 긍정적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신설법인을 통해 전략적 및 재무적 투자금 유치를 통해 투자자금 여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가려졌던 LG화학의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감춰진 가치(Hidden Value)가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 측은 “이번 회사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비롯해 각 사업분야의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되고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반영돼 기업가치 향상 및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전문화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경영 및 운영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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